불 건너에 계신다 하면/ 정숙자 불 건너에 계신다하면 정숙자 불 건너에 계신다 하면 온 몸 태워라도 건너리이다 물 건너에 계신다하면 하얗게 누워라도 건너리이다 자나 깨나 마음의 강은 폭포되어 임께로만 떨어지는데 끝없이 풀려나는 솔바람 소리 안고 가던 두견 울음 되돌려 놓고 화살 맞은 듯 터지는 철쭉 비명처..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0
임 아니면 희망도 없고/ 정숙자 임 아니면 희망도 없고 정숙자 임 아니면 희망도 없고 낟알만한 기쁨도 없으옵니다 숙여 앉아 올리는 기도 외로움에 뼈를 저미며 들고 섰는 주야의 외롬 언제쯤 비울 수 있으리이까 닫아도 바람드는 창호지 문에 선혈처럼 흐르는 달빛 바위틈 홀로 선 난(蘭) 줄기인 듯 기다리는 마음 휘..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0
기쁜 노래 부르자 해도/ 정숙자 기쁜 노래 부르자해도 정숙자 기쁜 노래 부르자해도 시시로 슬픔에 지고 맙니다 어린 마음 앓는 사모(思慕) 이마는 해넘이 무덤과 같고 고운 의복 넘치는 웃음 입혀보지 못한 분홍빛 살에 이 밤도 봇물져 흐르는 피는 그리웁다는 한 마디 염원 어쩌다 떨어진 씨앗이길래 아슬한 절벽 솔처..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0
속엣말 굳으며 바위 되는데/ 정숙자 속엣말 굳으며 바위되는데 정숙자 속엣말 굳으며 바위되는데 임은 저만치 모로 계시네 봄 밭 아지랑이 꽃 뉘 가슴 열고 나온 설레임일까 쓸쓸함, 혹은 다정함인 듯 뉘의 못다한 정애(情愛)였기에 해마다 이 때면 들에 널릴까 숙인 제비꽃 발등만 보며 멍든 꿈송이 서러워 울고 나며부터 ..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0
가진 거라곤 없는 품 안에/ 정숙자 가진 거라곤 없는 품 안에 정숙자 가진 거라곤 없는 품 안에 약한 마음 하나 제 것이라오 빈 손 허전한 생명 꽃산 보면 더 외롭고 여막(廬幕) 종달새 소리만큼도 힘차지 못한 성품 하나를 그예 맑게 간직하려고 석상처럼 끌에 맞기며 하 세월 모란 같은 핏빛이라오 언젠가 돌아오실 임을 ..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0
외로움도 사모의 표시/ 정숙자 외로움도 사모의 표시 정숙자 외로움도 사모의 표시 그림자 함께 길을 갑니다 먼 데 두루미 끌어 안은 품 빗돌 같은 서러움인데 호심에 잠긴 몽유도원도(夢遊桃園圖) 연(蓮)구름 짝하여 한아한 잉어 매 맞은 듯 멍든 제비꽃들은 낮은 키 어느 잎에 힘을 쌓았기 어두운 운명 관(冠)처럼 이..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8
무거운 적막 돌로 갈앉아/ 정숙자 무거운 적막 돌로 갈앉아 정숙자 무거운 적막 돌로 갈앉아 그리움의 이끼 하늘댑니다 위로 지나는 옥색 물굽인 붙잡지 못하는 임의 그림자 열 두 대문 닫힌 듯 어둔 마음 속 묻어 둔 눈물 사리(奢利)로 굳고 온 몸 귀되어 기울여 봐도 들리는 건 산을 넘다 지는 메아리 어린 날 꿈결에 뵈었..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8
애닮고 외로운 맘 너울로 쓰고/ 정숙자 애닯고 외로운 맘 너울로 쓰고 정숙자 애닮고 외로운 맘 너울로 쓰고 구름 넘어 구름 너머 뜨고 싶으오 임이 이토록 설움일진댄 내 몸은 차라리 공기로 되어 산도 바다도 가시덤불도 살결인 듯 보듬은 실바람되어 어느 땐 능선 위 멎기도 하고 향긋한 저녁숲 별도 스치며 그러면 사약 같..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8
제 마음 해어져도 고요로움은/ 정숙자 제 마음 해어져도 고요로움은 정숙자 제 마음 해어져도 고요로움은 달같이 은은한 임 비추오심에 제 마음 무너져도 한아로움은 놀같이 안온한 임 안으오심에 제 마음 닳아져도 환희로움은 별같이 신비한 임 둘리오심에. -------------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8
서른 일곱 해 쌓은 기다림/ 정숙자 서른일곱 해 쌓은 기다림 정숙자 서른일곱 해 쌓은 기다림 여명의 아침이 비치옵니다 스란치마 예장도 없이 안겨 드릴 선물은 더운 눈물뿐 어둠이 그리도 길지 않더면 추위가 그리도 깊지 않더면 송향(松香)처럼 오시는 임을 감읍으로 영접함이 가하오리까 소태같은 하 세월 죽어진 가슴..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