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 이름 아래 피는 설움은/ 정숙자 임의 이름 아래 피는 설움은 정숙자 임의 이름 아래 피는 설움은 보에 싸인 빛이려니 안아듭니다 기쁨은 기쁨대로 반으로 접고 슬픔은 슬픔대로 반으로 접어 흔들리면 고운 모습 아니 보일까 안으로만 쌓는 외로움 진흙에서 연꽃 건져 올리듯 어둠에서 아침해 불어 올리듯 그 안개 갈피..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4
밀려 드는 밤은 너무도 길고/ 정숙자 밀려드는 밤은 너무도 길고 정숙자 밀려드는 밤은 너무도 길고 햇빛꽃 너무도 쉬이 집니다 낮이 이렇듯 짧을 양이면 더 오랜 기다림이 나았으련만 정작 어려움은 되안긴 어둠 되안긴 암담이 아니리이까 깨이지 못하는 씨앗 한 점을 어느 별에 쬐어야 움 돋을지 검디검은 하늘 수틀에 끼..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3
슬픔 한 잎 맘에 묻을 때/ 정숙자 슬픔 한 잎 맘에 묻을 때 정숙자 슬픔 한 잎 맘에 묻을 때 하늘 닿는 침묵 임은 아시죠 우뢰울음 암장한 봉분 가슴은 혼자 아는 공동묘지 터 숨지운 붕어처럼 허연 낮달은 이승에 떠 다니는 상장(喪章)이러니, 사모의 심연에 떨어지는 돌 침묵으로 달구어 옥(玉)을 만들 때 참는 숨소리 너..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3
날마다 날마다 한 눈금씩만/ 정숙자 날마다 날마다 한 눈금씩만 정숙자 날마다 날마다 한 눈금씩만 임을 향해 자라나게 해주셔요 햇빛 석 자 넉자 물에 빠지면 그 기쁨 안고 크는 해초들처럼 밤마다 밤마다 한마디씩만 임을 향해 속삭이게 해주셔요 달빛 석 자 넉 자 들에 쌓이면 그 고요 노래 잣는 도랑물처럼 세상의 차고 ..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3
이 영혼 녹이고 다시 녹여서/ 정숙자 이 영혼 녹이고 다시 녹여서 정숙자 이 영혼 녹이고 다시 녹여서 질그릇 하나 구워낸다면 그리운 마음으로 전을 두르고 베개 위 이슬 주워 무늬 놇* 것을 이 몸 녹이고 다시 녹여서 기름 한두 홉 받쳐낸다면 외로운 가슴 거르고 걸러 합장하던 두 손 향내 펼 것을 살아서 못 닿은 만남..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3
그대 거닐어 오는 아침엔/ 정숙자 그대 거닐어 오는 아침엔 정숙자 그대 거닐어 오는 아침엔 태양도 내 맘보다 초라하다오 그대 미소로 멎는 저녁엔 만월도 내 맘보다 창백하다오 그대 맞잡고 꿈꾸는 밤엔 뭇별도 내 맘보다 수척하다오 -------------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3
누구든 종내엔 감아야 되고/ 정숙자 누구든 종내엔 감아야 되고 정숙자 누구든 종내엔 감아야 되고 아름다운 살빛도 여읜다지요 생(生)이 한순간 꿈이라기엔 너무 길고 어둡고 추워 궁륭의 꽃처럼 만발한 별들 물에 뜬 낙엽처럼 서늘하군요 하루하루 나루터에 임 아니면 소용돌이 어찌 노래로 뜨며 낮 동안 신발 속에 들던 ..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3
기다리는 마음 가득하옴에/ 정숙자 기다리는 마음 가득하옴에 정숙자 기다리는 마음 가득하옴에 오늘을 비울 수 있사옵니다 계신 곳 서역(西域)이거나 그보다 먼 극락이래도 깊은 기도 하늘 뚫으면 임은 바람같이 오시리이다 꾀꼬리 울면 함께 울고 기러기 날면 함께 날아 설운 중에도 벗 있음을 감사․감읍하며 받드는..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3
투명한 첫 시간 임께 바쳐/ 정숙자 투명한 첫 시간 임께 바쳐 정숙자 투명한 첫 시간 임께 바쳐 새벽놀 한아름 안았습니다 새들이 피우는 노래의 향(香)은 온누리로 풀풀 날아내리고 포갠 분냄새 겹겹이 열어 공중에 띄우는 꽃들의 문안 버들 한 줄기 이슬 한 점도 금박은박 찬란한 빛을 머금어 마냥 드리는 건 마음뿐인데 ..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2
몸은 한갓 그림자라고/ 정숙자 몸은 한갓 그림자라고 정숙자 몸은 한갓 그림자라고 하오나 그에 실려 맘 왔으니 몸이 추울 때 마음 더우며 몸 앓을 때 마음 홀로 쉬이오리까 유산된 태(胎)처럼 피듣는 일몰 이슬 서린 별 줍다 깨면 허허공(虛虛空) 유리빛 미소로 오마던 임은 농(弄)삼아 띄우신 전교더이까 이제는 기다..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