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라도 임께서 부르시오면/ 정숙자 꿈에라도 임께서 부르시오면 정숙자 꿈에라도 임께서 부르시오면 가장 어여쁜 옷 단장하오리 서너 걸음 열 걸음 당기어 떼며 흰 버선 더럼탈까 골라 디디며 가난한 손엔 비취빛 하늘 마음엔 넘치도록 꽃다발 안고 꿈에라도 임께서 부르시오면 잔일 큰일 접어두고 날아가오리. ------------- ..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3
오늘도 그리움은 먼눈을 뜨고/ 정숙자 오늘도 그리움은 먼눈을 뜨고 정숙자 오늘도 그리움은 먼눈을 뜨고 혼자만 아는 얼굴을 보네 아득한 빛 대할 때마다 어둠 가운데 놓이는 외롬 임 기다려 묻는 나날은 삶을 넘어 사는 또 다른 생명 엉겅퀴처럼 앙상히 서서 그림자조차 바람끝 시려 구름 당기어 덮어 보았네 게에 의지하여 ..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3
임으로 하여 깨인 혼이니/ 정숙자 임으로 하여 깨인 혼이니 정숙자 임으로 하여 깨인 혼이니 임으로 하여 죽으오리다 아픔 많음도 임을 섬김에 슬픔 많음도 임을 섬김에 하오나 어찌 주신 그것이 눈물뿐이라 하오리이까 더러는 겨울섶 동백도 되고 출렁출렁 봄수레에 철쭉도 되고 여겨보면 황홀한 아름다움은 모두 임께..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3
귀먹이 삼 년 벙어리 삼 년/ 정숙자 귀먹이 삼 년 벙어리 삼 년 정숙자 귀먹이 삼 년 벙어리 삼 년 장님 삼 년으로 살으렵니다 참고 참고 다시 참으며 기다리는 기쁨 하나로 세간의 매운 눈 몸이 저려도 젖은 몸이 더 푸른 풀잎과 같이 그리움의 이슬을 모으렵니다 제게는 그것이 찬란한 사리(奢利) 머언 하늘 봉우리 너머 놀..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3
없는 모습으로 계시오며/ 정숙자 없는 모습으로 계시오며 정숙자 없는 모습으로 계시오며 없는 음성으로 들리옵니다 바람 몹시도 불어간 아침 찢긴 가지에 벙그는 꽃잎 하오나 부딪는 파도 소리도 임의 메아리가 아니오리까 나날은 길어도 일생은 짧고 뼈와 살은 벗어야 할 옷이라는데 그 속 씨앗 같은 마음 하나를 임의..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3
조그마한 천국 안에서/ 정숙자 조그마한 천국 안에서 정숙지 조그마한 천국 안에서 주야로 임을 맞이합니다 비오는 날이면 서늘함 속에 드맑은 날이면 안온함 속에 머언 듯 가까이 계시는 임은 진흙물 걸러 피는 연(蓮) 같은 환상 시름겨운 저녁해 닻을 내려도 바람 많은 아침 다시 일어도 덤불구름 갈피 갈피 두신 빛..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3
물별* 한두 점 외로운/ 정숙자 물별* 한두 점 외로운 강변 정숙자 물별 한두 점 외로운 강변 맨발로 거닐며 꿈을 꿉니다 서늘한 돌 포근한 잔디 흙, 모래의 침묵에 싸여 걸음마다 솟는 그리움 어디에 견주어 표하리이까 매일 아침 처녀로 뜨는 해처럼 진달래 이 봄도 붉게 어우러 늙지 않는 사모의 별 부서질 듯 푸르게 ..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3
임은 해보다 밝으시고요/ 정숙자 임은 해보다 밝으시고요 정숙자 임은 해보다 밝으시고요 보름밤 달보다 둥그시지요 구름이 겹겹 휘장을 쳐도 제 혼은 덩굴순 임께 가지요 임은 별처럼 높으시고요 봄 아침 이슬처럼 맑으시지요 어두움 첩첩 길을 막아도 제 혼은 작은 등(燈) 임을 보지요 제가 이토록 임의 것인 줄 누가 ..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3
임의 마음 한 자락이면/ 정숙자 임의 마음 한 자락이면 정숙자 임의 마음 한 자락이면 온 하늘 채우고도 남을 것을 임의 웃음 한 조각이면 온 바다 재우고도 남을 것을 한 긋 마음 맺을 길 없어 우주 밖에 떠도는 슬픔 한 긋 웃음 이을 길 없어 대지 밖에 버려진 외롬 짧은 순간도 강처럼 길고 해, 달빛마저 가시로 내려 낭..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3
그리워서/ 정숙자 그리워서 정숙자 그리워서 속으로 불러 본 이름 날아갈까 조심스레 곁에 둔 이름 이승에서 단 한 번 아껴 본 이름 ------------- * 시집 『그리워서』에서/ 1988. 12. 20. <명문당> 발행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제2시집 · 그리워서 2013.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