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김상미 사랑 김상미 그는 남쪽에 있다 남쪽 창을 열어놓고 있으면 그가 보인다 햇빛으로 꽉 찬 그가 보인다 나는 젖혀진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젖혀진 내 목에서 붉은 꽃들이 피어난다 붉은 꽃들은 피어나면서 사방으로 퍼진다 그의 힘이다 그는 남쪽에 있다 그에게로 가는 수많은 작은 길들이 내 몸으로 들어..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9.03
거짓말 속에 늑대가 살아 있다/ 김태형 거짓말 속에 늑대가 살아 있다 김태형 두 다리는 사냥하기에 너무 느리다 몇 개의 바위를 기어오르고 겨우 잡목 숲에 도달하면 그새 지쳐 있다 먹잇감을 쫓은 게 아니라 먼저 유유히 지나간 늑대 그림자를 따라갔 을 뿐 배고픈 게 두려웠지만 빠르고 강한 네가 더 두려웠다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 무..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8.24
입양/ 최춘희 입양 최춘희 태어나기도 전에 너는 버려졌지 공중화장실 변기 속이 너의 고향이지 눈도 코도 입도 지워진 채 오직 배설의 형태로 오물덩어리로 무뇌아로 존재하는 도시의 치부 세상의 호적에 너는 없다 태어나기도 전에 깜깜한 밤하늘에게 입도선매되었으므로 사산된 배를 끌어안고 어미는 오늘도 ..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8.06
벼룩시장에서 만난 해골/ 정채원 벼룩시장에서 만난 해골 정채원 앤디 워홀이 만들었다나 벼룩시장에서 샀다는 해골로 만든 작품 ‘두개골’이 있지 내 해골을 긁적거리면 네 해골이 시원해질 수도 있을 까 몰라 빈대가 들끓는 내 영혼을 보여주어야 네 영혼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외치는 건가 입을 힘껏 벌리고 있네 벼룩시장에서 ..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7.23
씨 房/ 장이엽 씨 房 장이엽 아주 작은 방에서 가장 귀한 손님이 주무신다. * <열린시학> 2011-여름호/ 신작특집에서 * 장이엽/ 전북 익산 출생, 2009년 <애지>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7.04
만종/ 김남호 만종 김남호 둥근 종소리가 저녁강을 건너오면 어머니는 동그랗게 등을 말고 이름을 쓰네 밀린 숙제를 하듯이 방바닥에 엎드려 이름을 쓰네 연필 끝에 침을 묻혀 오래 전에 죽은 형들의 이름을 쓰네 두 살 때 죽은 여섯 살 때 죽은 마흔 일곱에 죽은 형들의 이름을 차례로 쓰네 어쩌자고 저들을 불러오..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6.25
무릎이 없는 한철/ 최형심 무릎이 없는 한철 최형심 그리움도 한철, 나의 저녁을 거니는 바람이 더는 미풍이 아니다. 너 없는 하루는 천년처럼 침묵하여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데 또 한 해가 졌 다. 발아래 가을은 넘쳐도 내내 여물지 못해 거리에서 한철 바람에 기댈 뿐, 상처 없는 꽃은 없다. 소음과 고요 사이 은단풍나무가 소..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6.13
강변북로/ 강인한 강변북로 강인한 내 가슴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달이 지나갔다. 강물을 일으켜 붓을 세운 저 달의 운필은 한 생을 적시고도 남으리. 이따금 새들이 떼 지어 강을 물고 날다가 힘에 부치고 꽃노을에 눈이 부셔 떨구고 갈 때가 많았다 그리고 밤이면 검은 강은 입을 다물고 흘렀다. 강물이 달아나지 못하..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6.13
슬픔 택배/ 최 준 슬픔 택배 최 준 행복하니? 구름이 한 거짓말 그녀에게 한 거짓말 지나온 밤이 어둡지 않았다고 등 토닥이며 걱정 말라고 잘 될 거라고 밤길을 낮길과 바꾸고 비를 눈과 바꾸고 그녀를 다른 그녀로 바꾸고 아니었던 것을 모든 게 아니었던 것을 잘 됐다고 한 번도 아픈 적 없었다고 아픔의 곁다리 마음..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6.13
숭고한 셀러던트/ 이재훈 숭고한 셀러던트 이재훈 중얼거릴 수 없다 뱀이 온몸을 감고 있어 숨쉬기 힘들다 언제나 위기가 아닌 적은 없었다 고통 이후를 생각하는 시간들 늘 속도에 의지했으며 숨 쉬는 것들을 혐오하며 살았다 검은 바닷가 모래 위 구름은 낡았고 파도는 헤졌다 내 고통을 바라보는 한 사람이 멀리서 날 지켜..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