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숭고한 셀러던트/ 이재훈

검지 정숙자 2011. 6. 10. 12:50

   숭고한 셀러던트

      

     이재훈



  중얼거릴 수 없다

  뱀이 온몸을 감고 있어 숨쉬기 힘들다

  언제나 위기가 아닌 적은 없었다

  고통 이후를 생각하는 시간들

  늘 속도에 의지했으며

  숨 쉬는 것들을 혐오하며 살았다


  검은 바닷가 모래 위

  구름은 낡았고 파도는 헤졌다

  내 고통을 바라보는 한 사람이

  멀리서 날 지켜보고 있다

  낯설지만 또 낯익은 순간

  오직 한 사람에게만 보여줄 수 있는

  이 비릿한 고통의 풍경


  사람들은 대체로 첨단을 잘 견딘다

  그는 하모니카를 불고 있었던가

  울며 흐느끼고 있었던가

  새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물비린내도 없이

  파도소리만 가난하게 들렸다


  칼로 내 가죽을 벗기려 한다

  아, 이 극악한 자본의 성실함

  생살을 찢어 슬금슬금 도려내야

  도덕적으로 아름다운 이 땅과 하늘

  밤이 되면 일하러 간다

  삼인칭으로만 불리는 인생 공부의 완성을 위해



  *『현대시』2011-여름호 <현대시가 선정한 이달의 시인>에서

  * 이재훈/ 강원 영월 출생, 1998년『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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