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수론(도입부)/ 김혜영 장인수론(도입부) 김혜영 시가 아름다운 사람도 멋있지만, 시와 함께 고고한 인격을 갖춘 시인이 그리워진다. 시인으로서의 자존심과 용기 그리고 비굴하지 않은 그 무엇을 갖춘 시인에게 다가서고 싶다. 은은하게 동료나 후배 시인들을 배려하는 여유를 가진 시인, 문학상에 대해서도 초연하고, 묵묵..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3.20
멋진 밤은 오지 않는다/ 정병근 멋진 밤은 오지 않는다 정병근 소문에 의하면 그녀는 여전히 오고 있는 중이고 조급한 우리의 밤은 설레네 술잔을 돌리면서 이제 곧 그녀가 당도할 거라는 기대로 우리의 밤은 풍선처럼 부푸네 그녀는 아직 오고 있는 중이고 이 밤이 다하기 전에 그녀가 온다면 그건 정말 기쁜 일 벅찬 일 희망은 품는..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3.17
비파, 비파, 비파를 켤 때/ 권현형 비파, 비파, 비파를 켤 때 권현형 강남 한복판에서 생각이 비파나무 젖은 잎사귀처럼 너울거릴 때가 있다 비파, 비파, 비파를 본 적도 없는 악기를 켤 때가 있다 비가 오니 내가 멀리 있다 고대 인도의 소가 되어 무거운 짐을 달구지에 싣고 일 유순 이 유순 스파게티 전문점으로부터 멀어..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3.16
대학강사무(舞)/ 이동재 대학강사무(舞) -신경림의「파장(罷場)」조로 이동재 못난 놈들은 서로 가방만 봐도 안다 복도나 휴게실 앞에 서서 얼쩡거리고 그늘 벤취에나 앉아 애매한 시간을 죽이다보면 어느새 남 같지 않은 얼굴들 얼굴 좀 안다고 이 학교 저 학교 수업 분위기 들쭉날쭉 강사료에 교수들 얘기하다보면 왜 자꾸 ..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3.15
울음의 내부/ 정채원 울음의 내부 정채원 상반신 날아간 동종 속을 드러낸 채 앉아 있다 몸뚱이 떨어져나간 부분이 들쑥날쑥 이 빠진 칼날 같다 발아래 엎드려서라도 네 어둠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싶은 적 있었다 바닥을 기어서라도 그 떨림의 끝에 닿고 싶었지만 두께를 알 수 없는 울음은 어디에서 온 건지 바람을 삼키..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3.10
숲/ 조정인 숲 조정인 검고 긴 총신이 질주하는 멧돼지를 향해 겨눠진다, 갈참나무 숲 사이 길 폭풍처럼 화려한 화약의 꽃이 사라진 지점은 잠잠하다 덩치 큰 슬픔 이 모로 쓰러진 곳으로 달려간 숲의 고요가 슬픔의 어깨를 흔든다 슬픔 을 보듬어 털복숭이 왼뺨에 오른뺨을 댄다 슬픔의 눈꺼풀을 쓸어내린다 들..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3.10
보았나? 진짜 진짜 웃음을 보았나!/ 노혜봉 보았나? 진짜 진짜 웃음을 보았나! 노혜봉 번진다는 것은 넘쳐흐른다는 뜻이다 번진다는 것은 물결치며 반짝이를 한가득 찬란찬란 뿌려주는 일 한 아름 선물을 받는 일이다 안동 고택 마을에 들어서니 은행잎도 차르르 한 옆으로 길을 내며 웃는다 꽃담의 기왓장들도 왁자한 구경꾼 품새 보려 어깨동..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3.10
자비 출판/ 이화은 자비 출판 이화은 어떤 시인은 창작 지원금이라는 불룩한 이름으로 시집을 내고 시집을 냈다하면 매번 기름진 상금의 과녁을 명중시키는 명사수 같은 시인도 많은데 시가 두엄두엄 쌓이면 나는 또 한 번 내 시에게 미안해진다 등록금 없이 등 떠밀어 학교 보내는 무능한 가장처럼 부실한 혼수에 얹어 ..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2.19
별이 별똥이 되기까지/ 황희순 별이 별똥이 되기까지 황희순 그는 운 좋게 지구에 떨어진 천만 년 전 폭발한 초신성 조각인지 모른다. 예리하게 반짝이는 모서리는 이 행성에 사는 이들을 날름날름 유혹했다. 얼핏 보면 별 같은 그, 그녀는 진짜 별인 줄 알고 따먹으려 온몸을 던졌다. 또 다른 피 비린내가 바람결에 풍겨왔지만, 피 ..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2.18
소묘/ 이영애 소묘 이영애 머리를 모서리에 부딪치던 순간, 비명소리와 함께 바닥이 흔들렸어 벽에 걸린 화면 속에서 지구가 진동하며 불덩이를 사산하고 있어 그 핏빛으로 물든 도시의 잔해들 지구 반대편에서 뇌진탕을 일으키고 있을까 바닷물이 밀리고 당겨지는 동안 울컥 밀려드는 그리움이 들어 올려지고 내..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