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슬픔 택배/ 최 준

검지 정숙자 2011. 6. 13. 01:13

  슬픔 택배


     최 준



  행복하니?

  구름이 한 거짓말

  그녀에게 한 거짓말

  지나온 밤이 어둡지 않았다고

  등 토닥이며 걱정 말라고

  잘 될 거라고

  밤길을 낮길과 바꾸고

  비를 눈과 바꾸고

  그녀를 다른 그녀로 바꾸고

  아니었던 것을

  모든 게 아니었던 것을

  잘 됐다고

  한 번도 아픈 적 없었다고

  아픔의 곁다리

  마음도 상처도 없었다고

  추억이라고

  아침 거울 앞에서

  젖은 머리가 고백했지만

  잃어버린 손가락

  지나간 시간들

  지워진 약속들

  지느러미 없는

  서랍 속 물고기들

  포크로 찍어낸

  흑백영화의 주인공들

  한 상자만 주문했는데

  어째서 두 상자가

  초인종 울리는 거냐고



  *『현대시』2011-6월호 <신작특집>에서

  * 최준/ 강원 정선 출생, 1990년『문학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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