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벼룩시장에서 만난 해골/ 정채원

검지 정숙자 2011. 7. 23. 08:39

   벼룩시장에서 만난 해골


     정채원



    앤디 워홀이 만들었다나 벼룩시장에서 샀다는 해골로 만든 작품

‘두개골’이 있지 내 해골을 긁적거리면 네 해골이 시원해질 수도 있을

까 몰라 빈대가 들끓는 내 영혼을 보여주어야 네 영혼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외치는 건가 입을 힘껏 벌리고 있네 벼룩시장에서 산 것이라

고 다 벼룩이 들끓는 건 아니라네 고르고 튼튼한 이빨들, 벌레 먹은

것 하나 없이 그는 죽음에 먹혀버렸네 죽음은 확실히 벌레보다 힘이

세구나 기둥 다 갉아 먹히고도 서까래만 남아 버티는 귀신사 마을에,

죽은 듯 살아 있는 세상에, 오, 세상에 그는 어쩌다 말짱한 이빨로 벼

룩에 끌려간 것일까 중고품이긴 하지만 이제 너는 술픔과는 무관하구

나 온갖 낡은 귀신들이 출몰하는 만물시장 내 두개골을 두드려 본다

잘 익었니 당도는 충분하니 골이 너무 깊어지기 전에 너무 딱딱하게

굳어지기 전에 팔아버리자 팦, 팦, 튀겨서 팔아버리자 뚜껑이 열릴 때

마다 호시탐탐 골 밖으로 튀어나가려는 앤디, 오, 앤디, 골만 잘 두드

리면 벼룩도 빈대도 예술이라고


  *『POETRY LOVERS』2011,7-8월호

    <우리 시의 현장- 새로운 형식의 격월평>에서

  * 정채원/ 서울 출생, 1996년『문학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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