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거짓말 속에 늑대가 살아 있다/ 김태형

검지 정숙자 2011. 8. 24. 17:03

 

 

  거짓말 속에 늑대가 살아 있다

 

   김태형

 

 

  두 다리는 사냥하기에 너무 느리다

 

  몇 개의 바위를 기어오르고 겨우 잡목 숲에 도달하면 그새 지쳐 있다

 

  먹잇감을 쫓은 게 아니라 먼저 유유히 지나간 늑대 그림자를 따라갔

을 뿐

 

  배고픈 게 두려웠지만 빠르고 강한 네가 더 두려웠다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했을까

 

  누런 네 이빨을 뽑고 네 심장을 찢어놓을 힘은 무엇이었을까

 

  거짓말은 너를 죽이고야 말겠지만 그곳에 아직 살아있는 너는 사라

지지 않는다

 

  늑대 무리가 사납게 목덜미를 물어뜯는다

 

 

  * <시산맥> 2011-가을호, '신작시'에

  *김태형/ 서울 출생, 1992년 <현대시세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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