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임즈 룸/ 정채원 에임즈 룸* 정채원 이 가을엔 P가 사기꾼 같다 머리통 위에 수박 하나 얹은 만큼 키도 커버렸다 지난 여름 건달이었던 y는 주머니 속 초콜릿을 계속 만지작거리기만 한다 P는 오른쪽 구석으로 y는 왼쪽 구석으로 둘이 자리를 바꾼다 Y의 몸통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르고 p는 어느 틈에 난장이가 되어 있다 ..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5.06
[스크랩] 아무것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황희순 청개구리 날개는 언제 사라졌을까. 사람의 꼬리는, 너를 그리워하던 내 마음은 언제 슬며시 사라진 걸까. 쥐똥나무 울타리에서 청개구리가 운다. 지나가는 아이가 제 어미에게 저거 무슨 새 소리야, 묻는다. 글쎄, 무슨 새지? 저렇게 우는 새가 있었나 생각하다 나도 그만 새소리..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5.06
파랑새 증후군/ 김명서 파랑새 증후군 김명서 메르카토르도법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밀려 방랑을 일삼는 좌, 큰 그릇에 세상을 담아 아! 하고 산밭에 호미로 불립문자를 새기는 우, 뛰지 말고 보폭만큼만 걸어라! 하고 집요하게, 나의 지구본 양극에 23개씩 유전체의 못을 박는다 한 손에는 바람을 다른 손에는 흙을 쥐고 무게 ..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5.05
에스프레소 효과/ 정익진 에스프레소 효과 정익진 angel in us coffee, 우리는 ‘우리들 안의 천사’에 앉아서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순식간, 맹독처럼 퍼져오는 카페인의 습격, 머리가 핑, 돌며 돌아가는 몇몇 장면들, 연약한 그녀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면…다이아몬드가 쏟아질까… 시간을 거꾸로 돌려봤으면 내가 잠들 때마다 폭..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5.05
표절 시비/ 채선 표절 시비 -옛날 옛적 꽃날 적에 채선 사실적 표현을 하자면 이렇다. 너나없이 우리는 어제 그제 십년 전, 보다 훨씬 이전의 것들을 새로운 듯 써 갈기고 있다. 폭삭 망하지 않는 한 달라지지 않을 낯익은 생소함 찰나에 피었다 지는 나만의 꽃을 꺾은 것 같지만 종이꽃 한 줌 쥐었을 뿐 산..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3.30
파꽃/ 문성해 파꽃 문성해 누구에게 꺾어줄 수도 머리에 꽂을 수도 없는 꽃 하늘 향해 종주먹질하는 꽃 경주 황남동 냇가 옆 공터 올해도 파꽃은 무더기 무더기 피어났어라 사람들은 이끼 낀 기와지붕 아래 깊숙한 묘혈을 파고 앉아 동자승을 모시거나 기도문을 외우거나 밖에선 안을 볼 수 없는 문을 통해 골똘히 ..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3.30
이승하 씨 별세하다/ 이승하 이승하 씨 별세하다 이승하 신문 부고란에서 동명이인의 부고를 본 날 나와 똑같은 이름으로 살다 간 이승하 씨 장례식장에 가야만 할 것 같다 이승하니까 이승하 씨에게 조문해야 할 것 같다 이승하! 승하야! 승하 씨! 이군! 이 서방! 이 일병! 존경과 멸시 사이에서 그리움과 외로움 사이에서 이름은 ..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3.24
금맥을 찾아서/ 김현식 금맥을 찾아서 김현식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곳에 반짝이는 것이 있다 항상 그냥 지나치는 곳,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평범한 오솔길이다 반짝이는 것에 대한 진지한 호기심이 사금으로 뚝 떨어졌다 모래구덩이에서 진흙탕 속에서 모래알 같은 금을 찾아내던 그들, 몇 가마의 흙을 흘려보낸 뒤에야 ..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3.23
김밥천국, 라면지옥/ 반칠환 김밥천국, 라면지옥 반칠환 시속 물정 모르는 스님 하나 김밥천국 들어오신다. 원야김치 참누모? 이 뭣고? 조채치즈 치드듬? 이 뭣고? 김김김김 김김김? 이 뭣고? 밥밥밥밥 밥밥밥? 이 뭣고? 1 1 2 2 2 2 2 ? 이 뭣고? 0 5 0 0 0 0 8 ? 이 뭣고? 0 0 0 0 0 0 0 ? 이 뭣고? 0 0 0 0 0 0 0 ? 이 뭣고? 어려운 천칠백 공안 다 풀..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3.21
방랑의 펜잡이/ 설태수 방랑의 펜잡이 설태수 권총처럼 볼펜 하나 차고 다니면서 벼랑에 핀 꽃이나 흘러가는 강물을 보고 흐르는 눈물과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보고 너희들, 정체를 밝혀라, 하면서 펜을 빼들어 그들을 겨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도 한밤중 골방에서도 그런다. 그렇게 정조준하다 보면 눈물도 ..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