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루(安養樓)에서/ 김승기 안양루(安養樓)에서 김승기 저무는 서녘 하늘을 가득 덮고 있는 저 새털구름은 아무래도 이승에서 도 내려놓지 못한 내 업장이렸다 소백산 중턱에 걸려 마냥 타는 저 붉디붉은 저녁노을은 아무래도 내 활 활 타고 말 번뇌이렸다 쇠북은 이 바보 축생아 축생아 울고 목어는 이 가여.. 잡지에서 읽은 시 2011.11.06
폭포/ 김추인 폭포 김추인 몸의 변주를 엿본 적 있네 제 형상을 풀어도 그 빛을 잃지 않는 물의 변환을 물길 이야기를 따라간 적 있네 어느 가난한 처마 밑 이야기며 들창 아래서 엿들은 사랑의 구음까지 풍문처럼 실어 보내고 싶어 앞개울은 저리 도란도란거리나 본데 수런수런 합치나 본데 뭄.. 잡지에서 읽은 시 2011.11.04
얼룩무늬 화물/ 정채원 얼룩무늬 화물 정채원 지푸라기로 가득한 인형의 가슴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강철 스프링처럼 화물상자는 개봉되는 순간 당신을 깜짝 놀라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해석도 넘어서는 외부는 간결하다 빗속에 번들거리며 얼룩이 부풀어오르는 그 포장은 어딘가에서 잿빛으로 .. 잡지에서 읽은 시 2011.11.03
기계들의 방/ 황정산 기계들의 방 황정산 나의 밤은 불이 꺼지지 않는다 숨은 구름들의 놀이터 숨은 몸들의 갸륵한 심장들 고칠 수 없는 사람은 없다 기계들에 놓은 쓰이지 않는 숨은 지푸라기 그것들을 치우지 못함이 더러 인간을 이야기한다 기계가 없이 인간을 보는 사람 아직은 없다 기계는 기계.. 잡지에서 읽은 시 2011.11.03
정오의 꽃/ 오시영 정오의 꽃 오시영 동자승이 부처님 귀에 대고 물었다 왜 항시 웃으세요 부처님이 대답했다 네가 내 귀를 간지럽히니 웃지 *<현대시학> 2001-12월호 '신작특집' *<현대시학> 2011-9월호 '권두시' 잡지에서 읽은 시 2011.10.04
꿈틀거리는 미끼/ 황희순 꿈틀거리는 미끼 황희순 처음 만난 사람이 새끼손가락을 떼어갔다 다음 사람이 귀를 떼어 갔다 다음은 입을 떼어갔다 눈을 떼어갔다 코를 떼어갔다 다음은 팔을 다리를 떼어갔다 잔머리 굴린다며 머리를 떼어갔다 그 다음 사람이 달 걀귀신처럼 둥그러진 여자를 버렸다 버려진 여자는 아무데나 굴러..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9.08
두 번째 화혼/ 이희섭 두 번째 화혼 이희섭 숨 쉬는 일이 가장 힘들어 보이던 새벽녘 폐암 진단 삼사일 만에 숨마저 봉해버렸다 오래된 독이 되어 검은 물을 퍼올리는 아버지 누군가 결혼식장으로 갈 봉투를 잘못 내고 간 것일까 부의 봉투 틈에서 홀로 빛나는 '축화혼' 그러고 보면 죽음이라는 것은 또 다른 세계로 첫발을 ..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9.04
매미/ 윤제림 매미 윤제림 내가 죽었다는데, 매미가 제일 오래 울었다 귀신도 못되고, 그냥 허깨비로 구름장에 걸터앉아 내려다보니 매미만 쉬지 않고 울었다 대체 누굴까, 내가 죽었다는데 매미 홀로 울었다, 저도 따라 죽는다고 울었다 *<시와미학> 2011. 가을호(창간호)/ '다시 읽는 미학'에서 *윤제림/ 충북 제..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9.03
비둘기와 살았던 날의 기억/ 김왕노 비둘기와 살았던 날의 기억 김왕노 다행히 비둘기와 살았던 기억이 내게는 있어. 모든 천한 것의 발밑 까지 내려 앉아 평화의 상징이나 온순함이란 대명사를 버리고 누구 는 우주의 장례를 외치고 종말의 날을 말하지만 낱알 하나에도 고 개를 공순히 내리고 쪼아대던 비둘기와 비둘기 마음으로 비가 ..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9.03
그녀와 프로이트 요법/ 김상미 그녀와 프로이트 요법 김상미 입술이 빨간 그녀는 날마다 시달리는 환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사를 찾았다 프로이트 추종자인 그 의사는 모든 것에 성적(性的) 과잉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메타피직 운율로 계단을 오르고 마지막 계단에선 항상 중력을 느꼈지만 의사는 프로이트에 의한, 프로이트를 .. 잡지에서 읽은 시 2011.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