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의 말 속에는/ 최서림 내 아들의 말 속에는 최서림 네 아들의 말 속에는 세심해서 상처투성이인 나의 말이 들어 있다 거간꾼으로 울퉁불퉁 살아온 내 아버지와 내 아버지의 아버지의 꺼칠꺼칠한 말이 숨 쉬고 있다 조선 후기 유생 崔瑞林의 漢詩가 들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내 아들의 비뚤비뚤 기어가는 글자 속에는 내 아.. 잡지에서 읽은 시 2010.11.07
책상과 싸우다/ 서안나 책상과 싸우다 서안나 1 가짜 고백은 모두 책상 위에서 탄생한다 나는 책상을 모르고 의자를 모른다 나는 모르는 책상과 모르는 의자가 만든 고백이다 나는 책상에서 태어났다 2 나는 지워질 고백이다 3 첫 번째 서랍을 열었다 사서들이 달콤한 역사를 굽고 있다 불타는 서랍을 닫았다 혁명의 깃발을 .. 잡지에서 읽은 시 2010.10.27
비행법/ 김희업 비행법 김희업 그 새는 단 한 번의 비행 기록도 갖고 있지 않다 아파트 화단 귀퉁이로 한 생이 폭삭 내려앉는 끝소리 물론 그것으론 죽음의 단서가 될 수 없다 짤막한 한 줄 비행운도, 추락의 순간을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착지가 서툰 솜씨가 그렇고 새라기보다, 아무래도 소녀라 해야겠다 소녀를 의.. 잡지에서 읽은 시 2010.10.23
벽 속의 여자/ 김명서 벽 속의 여자 김명서 봄에는 죽은 나무도 몸을 일으킨다 어두운 숲 그늘처럼 차고 습한 몸 겹겹이 수의를 입은 듯 눕는다 눕는다는 것은 절규마저 잠재운다는 것이다 새벽의 박명을 꽝꽝 못질하는 신음소리 비애로 쌓이면 툭툭 모세혈관 터진 그 자리에 시퍼런 무늬로 음각되는 멍 진통제는 아무것도 .. 잡지에서 읽은 시 2010.10.13
걸림돌/ 공광규 걸림돌 공광규 잘 아는 스님께 행자 하나를 들이라 했더니 지옥 하나를 더 두는 거라며 마다하신다 석가도 자신의 자식이 수행에 장애가 된다며 아들 이름을 아예 ‘장애’라고 짓지 않았던가 우리 어머니는 또 어떻게 말씀하셨나 인생이 안 풀려 술 취한 아버지와 싸울 때마다 “자식이 원수여! 원수.. 잡지에서 읽은 시 2010.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