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사랑/ 김상미

검지 정숙자 2011. 9. 3. 02:03

 

 

    사랑


     김상미



  그는 남쪽에 있다

  남쪽 창을 열어놓고 있으면

  그가 보인다

  햇빛으로 꽉 찬 그가 보인다


  나는 젖혀진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젖혀진 내 목에서

  붉은 꽃들이 피어난다

  붉은 꽃들은 피어나면서 사방으로 퍼진다

  그의 힘이다


  그는 남쪽에 있다

  그에게로 가는 수많은 작은 길들이

  내 몸으로 들어온다

  몸에 난 길을 닦는 건 사랑이다

  붉은 꽃들이 그 길을 덮는다

  새와 바람과 짐승들이 그 위를 지나다닌다


  시작과 끝은 어디에도 없다

  그는 남쪽에 있다



 *『시와미학』창간호2011 가을호 <자선 대표시>에서

 * 김상미/ 부산 출생, 1990년『작가세계』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