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기계들의 방/ 황정산

검지 정숙자 2011. 11. 3. 02:01

 

 

     기계들의 방

 

      황정산

 

 

   나의 밤은 불이 꺼지지 않는다

   숨은 구름들의 놀이터

   숨은 몸들의

   갸륵한 심장들

   고칠 수 없는 사람은 없다

  

   기계들에 놓은 쓰이지 않는

   숨은 지푸라기

   그것들을 치우지 못함이

   더러 인간을 이야기한다

   기계가 없이

   인간을 보는 사람 아직은 없다

 

   기계는 기계로 이어지지만

   인간은 인간으로 통하지 않고

   캄캄함은 더 큰 어둠이나 느닷없는 빛을 부르지만

   환함이 불꽃으로 타오르지는 않는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맞다

   그렇다고 기계가 인간이 아닌 것은 아니다

   기계를 묻어 그 땅 위에 서서 몇몇은 천문을 본다

   하나 암호는 땅속에 묻힌 기계들의 몸에 돋을새김으로 남아 있다

 

   기계는 밤에 나를 부르지 않는다

 

 

    *격월간 『유심』2011.11-12월호 <유심시단>에서

    *황정산/ 목포 출생, 1994년『창작과비평』으로 평론 등단

                                2002년『현대시문학』으로 시 창작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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