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꿈틀거리는 미끼/ 황희순

검지 정숙자 2011. 9. 8. 11:23

 

 


  

     꿈틀거리는 미끼


      황희순



   처음 만난 사람이 새끼손가락을 떼어갔다 다음 사람이 귀를 떼어

갔다 다음은 입을 떼어갔다 눈을 떼어갔다 코를 떼어갔다 다음은 팔을

다리를 떼어갔다 잔머리 굴린다며 머리를 떼어갔다 그 다음 사람이 달

걀귀신처럼 둥그러진 여자를 버렸다 버려진 여자는 아무데나 굴러다

니며 한자리에 머물지 못했다 굴러다니다 만난 또 한 사람이 아직도

몸이 따뜻하다며 가슴을 열고 심장을 떼어갔다 이제 어디에 부려놓아

도 깨질 일 없는 여자는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갔다



  *『문학청춘』2011-가을호/ ‘문학청춘의 시와 시인’에서

  * 황희순/ 충북 보은 출생, 1999년《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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