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
김추인
몸의 변주를 엿본 적 있네
제 형상을 풀어도 그 빛을 잃지 않는
물의 변환을
물길 이야기를 따라간 적 있네
어느 가난한 처마 밑 이야기며 들창 아래서 엿들은 사랑의 구음까지
풍문처럼 실어 보내고 싶어
앞개울은 저리 도란도란거리나 본데 수런수런 합치나 본데
뭄을 바꾸는 물의 변주를 아네
개울이다가 개천이다가 봇도랑 너머서부터
제 깊이를 지우고
무논이든 묵정밭이든 목숨 길을 틔우다
그만 남의 목숨이 되기도 한다는 걸
세상의 변방을 오래 쓰다듬어본 자의 결단일까
에둘러 온 거리도 덧쌓은 시간도 일시 멈춘
강물의 벼랑 끝 일 초
극한의 긴장을 툭- 끊고 뛰어내리는 저기 눈부신 낙화를 봐
물이 물을 받으며
몸이 몸을 받으며
허공중에 비명처럼 써 내리는 수직의 문장 한쪽
말을 버린 사람의 눈이 그 푸른 벽을 읽고 있네
행의 마지막을 치장하며 튀어 오르는 포말들 물비늘들 은어의 몸짓
으로 읽히네만
무지개 뜨는 생의 한때는 누구에게나 잠깐이어서
이윽고 바다에 이르거나
뉘 발가락을 적시거나
*월간 『현대시』2011-11월호 <현대시작품상 이달의 추천작>에서
*김추인/ 경남 함양 출생, 198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인장 가시가 물을 길어 올리는 시간/ 강서완 (0) | 2011.11.10 |
---|---|
안양루(安養樓)에서/ 김승기 (0) | 2011.11.06 |
얼룩무늬 화물/ 정채원 (0) | 2011.11.03 |
기계들의 방/ 황정산 (0) | 2011.11.03 |
정오의 꽃/ 오시영 (0) | 2011.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