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폭포/ 김추인

검지 정숙자 2011. 11. 4. 19:55

 

 

     폭포

 

      김추인

 

 

  몸의 변주를 엿본 적 있네

  제 형상을 풀어도 그 빛을 잃지 않는

  물의 변환을

  물길 이야기를 따라간 적 있네

 

  어느 가난한 처마 밑 이야기며 들창 아래서 엿들은 사랑의 구음까지

풍문처럼 실어 보내고 싶어

  앞개울은 저리 도란도란거리나 본데 수런수런 합치나 본데

 

  뭄을 바꾸는 물의 변주를 아네

  개울이다가 개천이다가 봇도랑 너머서부터

  제 깊이를 지우고

  무논이든 묵정밭이든 목숨 길을 틔우다

  그만 남의 목숨이 되기도  한다는 걸

  세상의 변방을 오래 쓰다듬어본 자의 결단일까

 

  에둘러 온 거리도 덧쌓은 시간도 일시 멈춘

  강물의 벼랑 끝 일 초

  극한의 긴장을 툭- 끊고 뛰어내리는 저기 눈부신 낙화를 봐

  물이 물을 받으며

  몸이 몸을 받으며

 

  허공중에 비명처럼 써 내리는 수직의 문장 한쪽

 

  말을 버린 사람의 눈이 그 푸른 벽을 읽고 있네

  행의 마지막을 치장하며 튀어 오르는 포말들 물비늘들 은어의 몸짓

으로 읽히네만

  무지개 뜨는 생의 한때는 누구에게나 잠깐이어서

  이윽고 바다에 이르거나

  뉘 발가락을 적시거나

 

 

  *월간 『현대시』2011-11월호 <현대시작품상 이달의 추천작>에서

  *김추인/ 경남 함양 출생, 198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