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쓸 농담/ 김명서 몹쓸 농담 김명서 1. 대물림한 눈물 한 방울까지 짜낸 하망한 동공 찻잔 속에 있을 뿐 어제의 나도 없고 오늘의 나도 없고 내일의 나도 없고 내 몸이 새고 있었다 새는 곳이 가렵다 가려운 곳을 톡톡 친다 각질이 떨어진다 혈관에 포도주를 수혈한다 주신의 축문이 부실한 몸을 끌고 간다 2.. 잡지에서 읽은 시 2012.08.03
고백성사/ 김종철 고백성사 -못에 관한 명상 · 1 김종철 오늘도 못을 뽑습니다 휘어진 못을 뽑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못이 뽑혀져 나온 자리는 여간 흉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성당에서 아내와 함께 고백성사를 하였습니다 못자국이 유난히 많은 남편의 가슴을 아내는 못 본 체하였습니다 나는 더욱 .. 잡지에서 읽은 시 2012.07.20
능소화/ 김명서 능소화 김명서 말라버린 우물 속으로 우주 하나가 들어온 것같이 당신이 성큼 들어온 순간 결박된 수문이 한꺼번에 열렸습니다 폐허 한 채 쓰러지고 흥건히 젖어오는 애액 그러나 닿기엔 너무 아득한 이 갈증 해소할 수 있도록 제발 나를 불러주세요 새벽 별보다 더 푸르게 깨어 있다가 .. 잡지에서 읽은 시 2012.07.20
망종/ 채선 망종 -냄새의 끝 건기 속 익어가는 것들의 냄새는 눈이 맵다. 빈 대궁에 뜨겁게 스며들어 저도 모르게 생긴 속에서 배어나오는 뭉클함 일렁이는 유월의 벌판에서 세상에 대한 물음, 새롭게 정의하고픈 어떤 말들 마른 태양 아래 세워두고 사람이 사람에게 심은 붉은 기억을 떠올린다. 내 .. 잡지에서 읽은 시 2012.07.18
양주(楊州)에 와서/ 김년균 양주(楊州)에 와서 김년균 시골에 왔다 바람과 새들도 숨죽이는 고요한 마을, 양주골 백석으로 삶의 둥지를 옮겼다 따지면 지척인데 길을 너무 헤맸다 빗물과 먼지에 찌든 빛바랜 옷을 벗고, 가슴에 첩첩한 욕심도 시원히 풀어놓고, 산과 들, 숲이 늘어진 자연 속으로 돌아왔다 기어이, 장.. 잡지에서 읽은 시 2012.07.01
어느 날의 A형 놀이/ 신달자 어느 날의 A형 놀이 신달자 봄비다 창밖에 우산을 쓴 여자가 지나간다 나는 방 안에서 쉐터를 하나 더 입는다 봄은 우편함 안에 있다 "막막하다"라고 쓰고 차고 긴 하루가 간다. 내 엉덩이 밑에 굴착기가 있는지 내 어깨가 더 낮아진다 창밖에서보다 저 아래 지하 어딘가에서 나를 찾는 이.. 잡지에서 읽은 시 2012.06.16
고래 사냥/ 강상기 고래 사냥 강상기 고래는 키우지 마라 청년이라면 고래를 키우지 말고 때려잡아야 한다 고래는 새우 등쳐먹지 않느냐? *『문학청춘』2012-여름호 * 강상기/ 전북 임실 출생/ 1966『세대』, 1971 《동아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2012.06.10
막후/ 정채원 막후 정채원 막이 내린 뒤에도 쿵쿵 뛰어다니는 심장이 있다 탁자 위엔 반쯤 마시다 만 술잔 바닥엔 깨어진 유리 조각이 흩어져 있다 실랑이를 하던 누군가 밀친 것인가 꽃병에서 쏟아진 물이 벌어진 바닥 틈새로 스며들고 있다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전신거울을 들고 끙끙 구석으로 사.. 잡지에서 읽은 시 2012.06.01
사과의 형식/ 강영은 사과의 형식 강영은 한 입 베어 먹혀 옆구리가 오목한 사과, 모니터 속에 들어 있네 둥글지도 않고 떨기나무처럼 타오르지도 않지만 불꽃같은 사과를 품고 있는 모니터가 사과나무네 사과나무 아래서 잘 익은 사과를 묵독 하네 사과나무 아래선 과수원지기처럼 사과의 형식을 추수 하네 .. 잡지에서 읽은 시 2012.06.01
황홀한 침범_ 사임 수틴/ 김상미 황홀한 침범 -사임 수틴 김상미 왜 그랬는지 몰라, 그에게 필이 꽂혀 버렸어, 언제나 해진 외투주머니에 손을 넣고 구부정하게 도심을 기웃거리는, 찢어지게 가난한 헌옷 수선공의 열 번째 아들, 바로 일 분 전의 일이라도 지나간 것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친구라곤 오로지 피범벅이 되.. 잡지에서 읽은 시 2012.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