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두 번째 화혼/ 이희섭

검지 정숙자 2011. 9. 4. 22:13

 

 

 

    두 번째 화혼

 

     이희섭

 

 

  숨 쉬는 일이 가장 힘들어 보이던 새벽녘

  폐암 진단 삼사일 만에

  숨마저 봉해버렸다

 

  오래된 독이 되어

  검은 물을 퍼올리는 아버지

 

  누군가 결혼식장으로 갈 봉투를

  잘못 내고 간 것일까

  부의 봉투 틈에서 홀로 빛나는

  '축화혼'

 

  그러고 보면 죽음이라는 것은

  또 다른 세계로 첫발을 내딛는 일이니

  두 번째 화혼(華婚)이다

 

  먼저 가신 어머니를 만나러 가셨을까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돌아오면서

  떠나야 하는 곤혹과

  보내야 하는 지난함을 생각한다

 

  검은 물이 빠져나간 달밤

  희게 빛나는 문장들이

  봉투 속으로 스며든다

 

 

  * 『시와사람』2011-가을호/ 신작특집, 에서

  *  이희섭/ 김포 출생, 2006년『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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