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금은돌 회사원 금은돌 1. 뜨거운 커피잔을 들고 가는데 엎질러지는 시간이 흔들린다 시간은 책 상에 앉을 때까지 혀를 날름거리고 자판을 두드릴 때 엎질러질 것인가? 흘러내릴 것인가? 고민한다 누군가 팔꿈치를 밀쳤을 때 엎질러지려는 시간이 솟구친다 엎질러진 시간이 되기 직전 엎질러지려.. 잡지에서 읽은 시 2014.06.26
유골의 말/ 전순영 유골의 말 전순영 강원도 광덕산 벼랑 속에 묻혀있던 유골들이 쉰아홉 해 만에 말을 하 고 있다 열여덟 나는 홀어머니를 남겨두고 자원입대했다 낙동강 전투 서울 수 복 평양 탈환까지 나를 바쳤다 남쪽 하늘을 바라보며 어머니 밥 짓는 연 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고향집이 떠올랐다 형.. 잡지에서 읽은 시 2014.06.07
겨울사랑/ 강서완 겨울사랑 강서완 가을에서 봄 사이 작열하는 태양에 눈 먼 꽃아 햇살 서늘하고 기차는 떠났다 지금쯤 열차는 여름 풀밭을 푹푹 지나리 주머니 속 겨울차표를 쥐고 핏줄을 휘도는 바람아 대륙의 미세먼지 희뿌연 거리 희망은 아직 유효한가, 그러한가 스러진 빛살 빛바랜 냄새 봄으로 달.. 잡지에서 읽은 시 2014.05.03
코드블루/ 김명서 코드블루 김명서 천국도 없고 우리 아래에 지옥도 없고 우리 위는 단지 푸른 하늘만 있다고 생각해 봐요* 1. 당뇨 피라니 현재 초속 45m, 하복부를 강타 풍속은 빨라지고 파도는 높아진다 2. MRI, 포도나무의 지워진 사계(四季)를 세밀히 읽어 내린다 3. 첫 접붙이기를 하고 열매를 맺지 못해 .. 잡지에서 읽은 시 2014.04.18
바늘의 귀 너머/ 김승 바늘의 귀 너머 김승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려가다가 본다 하늘을 깁고 지나가는 비행운 바늘의 귀가 하늘 한가운데 열려 있다 낙타가 그 구멍으로 들어가기보다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고 그랬나 실은 그 구멍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거기 수많은 낙타의 행렬들이 보.. 잡지에서 읽은 시 2014.03.20
[스크랩] 서더리탕/정채원 서더리탕 정채원 살 발라낸 앙상한 몸통과 대가리 시뻘건 국물 속에서 곤이와 애간장까지 끓고 있다 광어 대가리일까, 도미 꼬리일까 저 시커먼 덩어리는 저 뼈만 남은 가슴은 놀래미? 우럭? 아니면 당신? 악마 머리에 붙어다니던 천사 아가미이거나 초현실주의 몸통에서 잘라낸 등지느.. 잡지에서 읽은 시 2014.03.19
일방통행/ 이경 일방통행 이경 이 도시에 이삿짐을 부린 첫날 벽에 구불구불한 금이 생겼다 자세히 보니 금이 아니라 줄이다 줄을 물고 일사분란하게 이동하는 개미떼다 거실 벽을 가로질러 주방 벽을 건너 높고 가파른 벼랑 위 길이 끝나는 곳에 꿀 병이 있다 꿀 병 속으로 꿀 병 속으 로 꿀을 먹으러 가.. 잡지에서 읽은 시 2014.03.15
반편의 노래/ 윤효 반편의 노래 윤효 아 파트 벽체에 바짝붙여 심어주셔서 이렇게밖에는 자라지못하지만 그래도괜찮습니다 이런반편을보시고도 날마다편히살아주셔서 그저늘고마울따름입니다 푸성귀한잎도꼭무농약으로 가구하나들여도꼭친환경으로 이반편꼬라지눈뜨면보이실텐데 전혀타박하지않으.. 잡지에서 읽은 시 2014.03.15
開眼手術執刀錄-執刀25/ 함기석 開眼手術執刀錄 -執刀25 함기석 펜을 쥔 오른손이 절단되어 백지에 떨어진다 창백한 공항이다 글자들은 모두 여객기가 되어 이륙하고 없다 텅 빈 활주로에 누워 손은 꿈틀거린다 뒤집어진 거미처럼 버둥거린다 손가락을 움직여 거품 피를 뿜는다 거미줄 집을 지어 떠나간 왼손을 찾는다 .. 잡지에서 읽은 시 2014.03.14
점등(點燈) 2 / 박수현 점등(點燈) 2 박수현 덤불의 심장에 꽂힌 채 천 개의 눈꺼풀을 가늘게 치뜬 꽃들, 밤마다 뜨거 운 야크차를 들고 오던 붉은 뺨의 소녀는 어디로 날아갔을까 돌무덤에 묻힌 흰 뼈들은 풍화된 몸을 열어 설산을 오르고 별들은 덤불의 발치로 날아드네 검은 야크들이 점점이 박혀 있는 들판 .. 잡지에서 읽은 시 2014.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