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 서동욱 탄력 서동욱 목이 늘어난 양말은 구두 안에서 밑창을 말끔히 핥고 싶은 걸레처럼 자꾸 밑으로, 그러니까 모든 인간관계 가운덴 위인과의 관계가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남녀 관계는 윈윈도 되지만 결국 탄력이 사라지지요 그래도 사이좋은 감자들처럼 때때로 무덤엔 같이 들어가요 친..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1.10
고통이 비싼 이유/ 정채원 고통이 비싼 이유 - 소더비 경매장에서 400억 원을 호가했다는 뭉크의 '흡혈귀', 원제는 '사랑과 고통이었다 정채원 불타는 듯 피 흘리는 듯 여자의 묽고 긴 머리칼은 두 사람의 상반신을 덮고 있다 남자는 여자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여자는 남자의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있다 칼날 같은 .. 잡지에서 읽은 시 2014.11.25
밀밭 소나타/ 강서완 밀밭 소나타 강서완 눈이 부셔요, 단지 바라보았을 뿐인데요 미소 하나가 천만 햇살로 비추는데요 모퉁이도 뜨거워요 그늘이 빛 을 먹어요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이 고개를 들어요 내 안에 청춘이 출 렁거려요 웃는 얼굴 수없이 다녀갔지만 그때마다 황폐화되기만 했던 가슴 어떻게 미소 .. 잡지에서 읽은 시 2014.11.08
3D 열쇠/ 강서완 3D 열쇠 강서완 Z축 공간을 발견한 프린터. XY축의 높이를 가졌다. 허공을 불러온다. A4용지에 출력되던 모나리자, 아그리파 석고상처럼 입체적으로 드러난 다. 전생 후생 현생의 그를 실제 출력한다. 기억이여, 영원하라. 사랑하 는 이의 콘텐츠를 맵핑하여 출력한다. 중세의 노란 머리 소.. 잡지에서 읽은 시 2014.11.08
단단함을 빠져나가다/ 권수찬 <『문학의 오늘』제2회 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작 1편 ) 단단함을 빠져나가다 권수찬 책을 펼친 지는 오래 되었다 기록은 닳고 닳아 지루한 자막으로 새어나간다 머릿속이 붉어진 오후 구석에는 당신이 비스듬한 자세로 흘러내리려 한다 그림자는 한 뼘씩 줄어들고 빈 고시원은 햇살.. 잡지에서 읽은 시 2014.09.23
피, 피아노/ 정채원 피, 피아노 정채원 몸속에서 바늘 4개가 발견된, 생후 50일된 아이가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바늘 한 개를 꺼내고 두 번째 수술을 앞두고 있다.  ̄중국 징화스바오[京華時報]2013-08-23 건반을 눌렀는데 악보도 펼치지 않고 무심히 눌렀는데 어느 틈에 수백의 해 머가 현을 때리고 몸속의.. 잡지에서 읽은 시 2014.09.15
삽의 소리/ 고은산 삽의 소리 고은산 바짝 마른 추위 몇 장 두터이 쌓인 시골 경로당에서 창문 밖으로 고무줄 같은 음성들 들린다 오후의 차가운 햇빛은 허공의 혈관을 수축한다 수축되는 것이 부정적 빛깔로 우리를 지배할 때 우리의 동공은 움츠리고 세상의 분명한 얼굴은 비좁아질 것이다 지금, 좁아진 .. 잡지에서 읽은 시 2014.08.27
다리 밑 갤러리/ 김명서 다리 밑 갤러리 김명서 햇볕에 등을 말려도 춥다 앞문을 닫으니 뒷문이 열린다 뒷문은 바람을 불러들이고 바람은 긴 꼬리를 흔들어 새를 불러들인다 새는 난간에 만년설을 내려놓는다 지친 눈빛 속에 피오르와 기암괴석과 소금사막이 지나간다 그리고 새가 하루 일찍 풀어놓고 간 비행.. 잡지에서 읽은 시 2014.08.27
새 한 마리/ 김종해 새 한 마리 김종해 눈바람 날리는 서촌의 겨울하늘 허공중에 떠서 혼자 길을 가는 새를 보면 문득 스쳐 지난 그 새 하루종일 내 마음속에서 날아다닌다 나의 하늘 속으로 들어와 겨울 마포의 그물 속에 갇혀 사는 내게 날개 접는 법에서 날아오르는 법 세상 속으로 연착륙하는 법까지 가.. 잡지에서 읽은 시 2014.07.10
천년 석불을 보다/ 김종해 천년 석불을 보다 김종해 괴로워하지 마라 그대 이 생에서 몸 하나 가졌기 때문에 슬프고 기쁜 일 또한 그대 몫이다 그대 몸 하나를 버리고 이곳을 떠나면 슬프고 기쁜 일 또한 부질없으리 몸 하나 지니고 이생을 스쳐간 사람들은 알고 있으리 그대의 몸 바깥에서 해가 뜨고 다시 해가 저.. 잡지에서 읽은 시 2014.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