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블루
김명서
천국도 없고
우리 아래에 지옥도 없고
우리 위는 단지 푸른 하늘만 있다고 생각해 봐요*
1.
당뇨 피라니
현재 초속 45m,
하복부를 강타
풍속은 빨라지고 파도는 높아진다
2.
MRI,
포도나무의 지워진 사계(四季)를 세밀히 읽어 내린다
3.
첫 접붙이기를 하고
열매를 맺지 못해 안전선 밖으로 쫓겨났다
일기도는 캄캄했다
두 번째 개머루와 접붙이기를 했으나
온난하고 한랭하고
두 기압은 불안정했고
청개구리 둘
어디로 튈지 몰랐다
현모들의 교육법을 인용하여
거친 기압골을 헤쳐 나갔지만 구름의 양은 줄어들지 않았다
끝내 씨앗 한 알 발화하지 못하고
탄소만 남은 다리 한쪽
무저갱에 버렸다
4.
중환자실,
캄캄한 바다를 표류하는 기억들, 가파른 해령에서 생의 흔적을 찾고
있는데
인공호흡기 안에 숨소리 잦아들고
재촉하듯
저쪽
망각의 강으로 건너가는
배 한 척
수상하다
*존 레논 imag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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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현실』2014-봄호 <신작시단>에서
* 김명서/ 2002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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