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점등(點燈) 2 / 박수현

검지 정숙자 2014. 3. 13. 01:56

 

 

     점등(點燈) 2

 

     박수현

 

 

  덤불의 심장에 꽂힌 채 천 개의 눈꺼풀을 가늘게 치뜬 꽃들, 밤마다 뜨거

운 야크차를 들고 오던 붉은 뺨의 소녀는 어디로 날아갔을까 돌무덤에 묻힌

흰 뼈들은 풍화된 몸을 열어 설산을 오르고 별들은 덤불의 발치로 날아드네

검은 야크들이 점점이 박혀 있는 들판 황량해서 그리워라 맏형이 아우들의

아비가 되는 그곳, 깍깍 검독수리들이 공중을 찢는데

 

  꽃이라고, 입맞추라고

  방울방울 실핏줄 하늘대며

  영혼의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가시, 가시꽃들               

 

                                          *죽은 자들이 하늘로 오르도록 바위에 흰

                                            색의 사다리를 그려놓는 티베트의 풍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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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여는세상』 2014-봄호

   * 박수현/ 2003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운문호 붕어찜』『복사뼈를 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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