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사물들 외 1편 이초우(1947-2023, 76세) 숟가락의 뇌에는 좌뇌만 있는 걸까 뽀글뽀글, 끓기를 다한 국 맛본 숟가락 내가 숟가락을 손에 쥔 채 국그릇을 꺼내러 갈 때였어 영문도 모르게 친구와의 갈등이 불쑥, 그 순간 토라져 버린 숟가락, 내 손바닥을 빠져나가 속 좁은 미꾸라지처럼 온통 빠둥빠둥 바닥에 나뒹굴었지 내가 냉장고에서 멸치 통을 꺼낼 때였어 공사 현장에서 민원인, 내 머릿속에서 삿대질에다 땡고함 지르는 소리, 그 멸치통 내 다섯 손가락 팽개치고 화들짝 바닥에 떨어져 제 내장 다 비워버렸지 물도 없는 주방 전체가 커다란 수조 되어 반짝반짝 멸치 떼들 휙휙 떼 지어 헤엄쳐 다녔어 내 육신, 지독히도 긴 구직 한파 믿었던 심사 내 이름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