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시인의 시

하나 되는 시간/ 이초우

검지 정숙자 2024. 11. 5. 00:49

 

    하나 되는 시간

 

    이초우(1947-2023, 76세)

 

 

  어떨 땐 내 육신, 영혼을 옆구리 안쪽 독방에 꼬깃꼬깃 날을 죽여 가두어 놓고는, 한동안 전전긍긍하게 했다오

 

  그러다 때론 복수를 한 건지

  내 영혼 먼눈팔다, 거구의 내 육신을 패대기칠 때가 있었지

  그럴 땐 메추리알보다 작은 영혼 눈만 멀뚱멀뚱 멍든 내 육신에게

  두 손 비벼 용서를 구하기도 했어요

 

  젊은 날 범퍼에 받힌 허벅지, 어쩔 수 없이 내 영혼에게 통증이란 칼이 주어져, 미간 가운데 굵은 세로줄 하나 그어놓기도 했지요

 

  한때 우울증에 허우적거린 영혼, 육신에게 피해 입히지 않으려 새벽잠 대신, 온종일 서너 번씩 쪽잠으로 내 육신 편하게도, 그러다 정말

  새벽 한 시만 되면 어김없이 내 육신과 영혼 몸을 섞는 화해로, 남들이 알 수 없는 서너 시간,

  낮에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살아 움직이는 답 펄떡이고, 실뭉치 같은 갈등들 술술술

 

  하지만 연민으로 터 오는 먼동, 제 몸 보이지 않으려 내 육신과 영혼에게 서둘러 잠옷 입히려 화들짝 애를 쓰곤 했어요

    -전문- 

 

  해설> 한 문장: 「하나 되는 시간」은 영혼을 '나'의 거주 안으로 환대할 때 비로소 온전한 '나'로 수렴되고 더 나은 의미로 발산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무의식의 의식화'를 통해 '나'의 병리 문제를 이해해 가듯이 가시적 세계의 문제를 육신의 차원으로만 풀 수 없다는 것이 시인의 믿음이자 육화 방식이다. "새벽 한 시"는 '나'의 오감이 고요해지면서 정신 속에서 하나로 합쳐지는 고귀한 시간이다. 이 안정된 정신을 통해 시인은 '이것과 저것'의 의미를 초월하여 얻을 수 없던 하나의 "살아 움직이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개인이 필연적으로 맞이할 수밖에 없는 고통, 갈등, 고독을 철학적 통찰을 통해 해결하고자 해왔던 이초우 시인은 마침내 이번 시집에서 '이것 아니면 저것'의 세계라면 동양 세계는 '이것 그리고 저것'은 혹은 '이것이 저것'의 세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오래된 우파니샤드에서도 상반되는 것들을 '하나'로 여기는 통일성의 원리를 확실하게 긍정하고 있지 않던가. 장자 역시 상반되는 것들의 성격을 설명하면서 '이것과 저것'이 외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작용으로 존재하는 원리를 설파한 바 있다. 이처럼 이초우에게 삶이란 죽음을 전제로 하며, 육신은 영혼을 전제로 하며, 현재의 '나'는 어렸을 적부터 무수한 '나'로 이해되는 것이다. (p. 시 98-99/ 론 131-132) <염선옥/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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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고시집 『프로이트의 팽이』에서/ 2024. 10. 20. <한국문연> 펴냄

 * 이초우/ 1947년 경남 합천 출생, 부경대학교 해양생산시스템 공학과 졸업, 2004년『현대시』로 등단, 시집『1818년 9월의 헤겔선생』『웜홀 여행법』 // (2023. 12. 5-영면), 2024 10월 유고시집『프로이트의 팽이』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