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문효치
찢어져버린
밤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별비처럼
농익어 붉게 벌어지는 석류처럼
나도 터지고 싶다
단단하게 닫혀
속에서 들끓고 있는 암흑과 적막을
부수고 터뜨려 쏟아내고 싶다
폭우와 폭설에 몸 내어놓고
벼락을 기다렸지만
그냥 지나쳐버리고 마는…
어제도 오늘도
나는 자폭을 꿈꾸고 있다
-전문-
▶ 탈주와 자폭의 욕망/ 문효치 신작시의 내면풍경(발췌)_ 이숭원/ 문학평론가
이것은 문효치 시인의 직접적인 발상이라기보다는 상상의 타자를 대하는 상상적 주체의 발화다. 상상은 의식의 발현이므로 시인의 내면에 스스로도 주체하기 힘든 치열한 욕망이 내재해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의 마음에는 불덩어리가 담겨 있다. 그는 시를 전면에 내세워 욕망의 순교자가 되고자 하는 것일까? 아니면 순교자가 되고 싶은 마음을 상상의 축으로 삼아 가상의 주체와 타자를 통해 시적 담론을 펼쳐가고 있는 것일까? 어떤 경우든 그의 마음속에 불덩어리가 들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바위처럼 위엄 있고 절도 있고 묵중하고 과묵한 그의 내면에 화염과 폭탄이 내장되어 있음을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것이다. 그의 시가 그것을 증언하고 있다.(p.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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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파』2019-가을호 <이 계절의 초대시인/ 신작시/ 작품론> 에서
* 문효치/ 1966년 《서울신문》《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왕인의 수염』『별박이자나방』등
* 이숭원/ 1986년 『한국문학』으로 등단, 저서『목월과의 만남』』『김종삼의 시를 찾아서』『미당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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