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무령왕(武寧王)의 청동식이(靑銅飾履) 외 1편/ 문효치

검지 정숙자 2019. 9. 26. 00:17

 

 

    무령왕武寧王의 청동식이靑銅飾履 1

 

     문효치

 

 

  하늘이 주신 목숨을 다 살으시고 하나도 빼지 않고 구석구석 다 살으시고 곱슬거리는 백발을 날리며 달이라도 누렇게 솟고 파란 바람도 불고 하는 참 재미도 많은 날 이윽고 옷 갈아입으시고 왕후며 신하들 다 놓아두고 혼자 길을 떨치고 나서서 꾸불꾸불한 막대기 하나 골라 짚고 아 참말 미끄러운 저승길로 가실 때 이 신을 신으시다

  돌밭 가시밭 진흙 뻘길을 허리춤 부여잡고 달음질도 하고 수염도 쓰다듬으며 점잖게 걷기도 하여 임금님을 저승까지 곱게 모신 후 이제 또다시 여기에 돌아와 쇠못이 박힌 불꽃 무늬의 신이여 누구를 다시 모셔 가려 함이냐 하늘이 정한 목숨을 구석구석 다 살으시고 그리고 웃으며 떠날 그 누구를 모셔 가려 함이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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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털 외투를 입었다

  옷의 안쪽에서

  궷궷궷

  오리 우는 소리가 난다

 

  털 뽑힌 오리들은

  구만리 장천, 그 너머 황천

  이 눈보라 속에서 어디쯤 가고 있을까

 

  우리들의 살 속에 황천이 있다

  털을 남긴 오리들이 모여 있다

 

  가끔 배가 아플 땐

  입으로 넘긴 정로환을 쪼으며

  궷궷궷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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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파2019-가을호 <이 계절의 초대시인/ 대표시> 에서

  * 문효치/ 1966년 《서울신문》《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계백의 칼』『모데미풀』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