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참새들
권이화
우리가 다정히 두 다리를 뻗을 곳은 잠일까
참새가 떼로 날아와 어깨를 부딪치며 땅바닥을 쪼고 있는
수요일 안으로
검은 그림자가 오고 있다
단물 같은 불빛을 깜빡거리며 오는 저 검은 그림자,
잠으로 들어가면서도 새가슴이 되어 점점
나는 어두워지고 있다
잠의 발아래 뒷목 어디에 대피소가 있을지 불안의 등을 켜고
달콤한 잠을 멀리까지 비춰보면
모래시간으로 흘러드는
도로 위의 차들 구름들
이 잠의 둘레는 왜 꽉 막혔지?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
이것은 꿈일까
검은 심지를 올리며 다리를 꼬집는 불안의 수요일
돌아설 데 없는 두 다리를 본다
어느새 두 다리 사이에도 검은 그림자 오래 머물고
참새들 어둠에 젖고 있다
유리창을 닫고 커튼을 쳐도 짹짹짹, 울음 여전히 들리고
밤의 난간으로 세차게 몰아치는 파도
수요일을 덮치며 결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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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파』2019-가을호 <시마당> 에서
* 권이화/ 2014년 『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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