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수요일의 참새들/ 권이화

검지 정숙자 2019. 9. 24. 03:14

 

    수요일의 참새들

 

     권이화

 

 

  우리가 다정히 두 다리를 뻗을 곳은 잠일까

 

  참새가 떼로 날아와 어깨를 부딪치며 땅바닥을 쪼고 있는

  수요일 안으로

  검은 그림자가 오고 있다

 

  단물 같은 불빛을 깜빡거리며 오는 저 검은 그림자,

  잠으로 들어가면서도 새가슴이 되어 점점

  나는 어두워지고 있다

 

  잠의 발아래 뒷목 어디에 대피소가 있을지 불안의 등을 켜고

  달콤한 잠을 멀리까지 비춰보면

  모래시간으로 흘러드는

 

  도로 위의 차들 구름들

 

  이 잠의 둘레는 왜 꽉 막혔지?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

  이것은 꿈일까

  검은 심지를 올리며 다리를 꼬집는 불안의 수요일

 

  돌아설 데 없는 두 다리를 본다

  어느새 두 다리 사이에도 검은 그림자 오래 머물고

  참새들 어둠에 젖고 있다

 

  유리창을 닫고 커튼을 쳐도 짹짹짹, 울음 여전히 들리고

  밤의 난간으로 세차게 몰아치는 파도

 

  수요일을 덮치며 결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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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파2019-가을호 <시마당> 에서

  * 권이화/ 2014년 『미네르바』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