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열매 속에서/ 박후기

검지 정숙자 2019. 9. 24. 03:00

 

    열매 속에서

 

     박후기

 

 

  늙는다는 것은

  열매 속 시간을 견디는 일이다

 

  이젠 벌들도 찾아오지 않는 시절,

  열매 속에서

  병든 고집이 저 혼자 아물고 있다

 

  열매들

  저마다 독거노인이 되어

  시간의 가지 끝에 매달려 있다

 

  정든 질병의 내막을 숨기며,

  밖을 내다보지 않는 고집이

  둥글게 뭉친다

 

  열매는

  윤회輪廻의 적막한 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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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파2019-가을호 <시마당> 에서

  * 박후기/ 2005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사랑의 발견』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