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속에서
박후기
늙는다는 것은
열매 속 시간을 견디는 일이다
이젠 벌들도 찾아오지 않는 시절,
열매 속에서
병든 고집이 저 혼자 아물고 있다
열매들
저마다 독거노인이 되어
시간의 가지 끝에 매달려 있다
정든 질병의 내막을 숨기며,
밖을 내다보지 않는 고집이
둥글게 뭉친다
열매는
윤회輪廻의 적막한 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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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파』2019-가을호 <시마당> 에서
* 박후기/ 2005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사랑의 발견』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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