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오늘의 커피/ 이유선

검지 정숙자 2019. 9. 14. 17:15

 

<2019, 제18회 시인동네 신인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 中

 

    오늘의 커피

 

    이유선

 

 

  카페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오늘의 첫 손님이었다 종업원은 의자의 얼룩을 닦고 있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했다 창문 너머 나무들은 길가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 그림자를 통과하는 남자, 남자의 뒤를 따라 걷는 여자, 지나간다 지나간다 그림자는 먼저 흔들리는 중이었고 종업원은 여전히 의자를 닦고 있었고 커피는 오래 걸렸다 음파, 음파, 음파 숨을 고르며 나는 수영장의 파랑 물속을 떠올렸다 카페엔 아무도 오지 않았고 청소를 끝낸 종업원은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담배연기는 허공에서 길게 흘러간다 흘러간다 그의 등은 젖어 있었고 나는 수영장의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잔물결 아래 일렁이다 이내 흩어지고 마는 나의 그림자 커피는 아직이었다 천장에서 무언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고 종업원은 얼룩처럼 내게 웃어 보였다 

   -전문-

 

   * 심사위원: 나희덕 조재룡 고봉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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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동네2019-9월호 <제18회 신인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 에서

  * 이유선/ 1982년 서울 출생, 명지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재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