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사과 인간 : 사가와 아키/ 번역 : 한성례

검지 정숙자 2019. 7. 26. 03:45

 

 

    사과 인간

 

    사가와 아키佐川亞紀/ 번역 : 한성례

 

 

  내 필명 사가와의 발음은

  한국어 낱말

  '사과'와 비슷하다

  어쩌면

  '아아, 사과 씨'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사과 인간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라는 데까지 생각이 이어진다

  아버지의 고향 야마가타 현은

  버찌의 명산지

  그 근처 아오모리 현은

  사과의 명산지

  인연이 있다

 

  하루에 한 개씩 먹으면 장수한다는 사과

  비틀즈 레코드의 사과

  여자에게 지혜를 준 사과

  조금 시큼한 인생의 맛도

  와삭와삭  

  과즙을 물보라처럼

  거품을 내며 먹는다

  조금씩 베어 먹으면 이도 튼튼해진다는 사과

 

  일본의 과거를 접할 때마다

  한국인들의 마음속 심지가 날카로워진다

  그럴 때

  국적 없는 사과 인간이라면 좋을 텐데 라고 생각한다

  한글의 '사과'는 '사죄'와 똑같은 글자

  사죄를 요구당하는 나

  역사를 돌아보면

  피가 맺힌다

  사과 인간도 되지 못하고

  붉은 동그라미 속의 일본 사람인 나

    -전문-

 

  <옮긴이 주>

  * 야마가타 현(山形縣): 일본 혼슈(本州) 북부 동해 연안에 있는 지역

  * 아오모리 현(靑森縣) : 일본 혼슈(本州) 북부 끝에 있는 지역

  * 비틀즈 레코드의 사과: 비틀즈 멤버들이 설립한 음반회사 애플레코드는 자사를 상징하는 마크로서 레코드판 중앙에 사과 그림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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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층』2019-여름호〈해외시 산책〉에서

  * 사가와 아키(佐川亞紀)/ 1964년 도쿄(동京) 출생, 요코하마(横浜) 국립대학 교육학부 졸업. 1985년 월간시문학지 『시가쿠(詩學)』의 신인 추천으로 문단 데뷔./ 대학시절 한국의 김지하 시인의 구명운동에 동참하면서 한국 시인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1991년 첫 시집 『죽은 자를 다시 잉태하는 꿈』을 출간하여 제25회 오구마 히데오(小熊秀雄) 상과 제23회 요코하마시인회 상을 수상했고, 1993년 시집『영혼의 다이버』를 출간하였으며, 2004년 시집『답신』으로 제4회 시토소조(詩と創造) 상을, 2012년 시집『꽃누르미』로 제46회 일본시인클럽 상을 수상했다. 2014년에는 한국에서 제5회 창원KC국제시문학상을 수상했다. 2000년 평론집『한국현대시 소론집』을 출간하였고, 2005년『재일한국인 시선집』을 공동 편저로 출간하여 이 저서로 제30회 지큐(地求) 상을 수상했다. 2014년 한국에서 시집『죽은 자를 다시 잉태하는 꿈』이 번역 출간되었다./ 공립중학교 국어교사를 거쳐,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월간시문학지『시토시소(詩と思想)』편집위원이었고, 현재도 부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본현대시인회 이사를 역임했으며, 'H씨 상', '현대시인상'을 비롯하여 여러 시문학상의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 한성/ 1955년 전북 정읍 출생, 세종대학교 일문과와 동 대학 정책과학대학원 국제지역학과 일본학 석사 졸업. 1986년『시와 의식』신인상으로 등단, 한국어 시집『실험실의 미인』, 일본어 시집『감색치마폭의 하늘은』『빛의 드라마』, 인문서『일본의 고대 국가 형성과 「만요수」(萬葉集)』등의 저서가 있고, '허난설헌문학상'과 일본에서 '시토소조상' 수상' 번역서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붓다의 행복론』 등이 중고등학교 각종 교과서의 여러 과목에 수록되었으며, 소설『파도를 기다리다』, 에세이『1리터의 눈물』, 인문서『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이상 한역), 안도현 시집, 김경주 희곡집(이상 일역) 등 한일 간에서 시, 소설, 에세이, 인문서, 비평서, 실용서, 앤솔로지 등 200여 권을 번역, 현재 세종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