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리얼*
실비아 플러스
어둠 속의 정지
그리고 바위산과 거리의
실체 없는 푸른 유출.
신의 암사자여,
이렇게 우린 하나가 되지,
뒷발굽들과 무릎들의 주축으로! 그 고랑이
패어지며 지나가네,
내가 잡을 수 없는
갈색 목둘레의 자매,
시꺼만 눈의
열매들이 검은 갈고리를
던지네
입안 가득 검고 달콤한 피,
그림자들,
다른 그 무엇이
공기 속으로 나를 끌고 가지
넓적다리들, 털.
내 뒷발굽에서 떨어지는 얇은 조각들.
하얀 피부의
고다이버**, 난 옷을 벗는다!
죽어버린 손들, 죽어버린 절박함.
그리고 이제 난
밀알의 거품, 바다의 광채.
어린아이의 울음이
벽에서 녹아버리는군.
그리고 난
화살이 되지,
시뻘건 눈,
아침의 가마솥 속으로
힘차게 하나가 되어 자살하려고
뛰어드는 이슬이 되지.
-전문-
* '에어리얼'은 원래 플라스가 즐겨 타던 말의 이름이며, 셰익스피어의 『태풍』에 등장하는 요정의 이름이고, 히브리어로는 사자(lion)) 의미한다.
** 고다이버는 11세기 영국의 귀족 부인으로서, 마을 주민들의 무거운 세금을 줄여주기 위해 발가벗은 채 말을 타고 거리를 돌았다고 함.
▶ 여성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덧/- 실비아 플러스의 오이디푸스적 반항으로서의 글쓰기(발췌)/ 박국현(시인)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1932-1963)는 모더니즘 이후 가장 주목받는 미국시인들 중 한 사람이며, '고백시인'으로 불리는 장 큰 이유는 바로 '엘렉트라 콤플렉스(Electra complex)' 즉 프로이트의 용어로 '여성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female Oedipus complex)'를 자신의 시 속에 적나라하게 표출했기 때문이다. 플라스는 자신을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지닌 소녀"라고 고백하기도 했고, 또한 그녀가 실제로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소유자였음을 자신의 시와 산문 속에서 암시하고 있다. 플라스는 인간의 숙명의 심리적인 고착증인 여성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집착하다가 짧은 생애를 비극적으로 마쳤으나, 그녀는 유려한 시적 언어와 뛰어난 시적 감각과 상상력으로 무장하여 자신의 오이디푸스적 욕망을 영시 사상 어느 누구보다도 더 진솔하고 애절하고 아름다운 시어로 표출하였다./ 플라스의 시에서 화자의 어조 속에 담겨 있는 아버지에 대한 악의와 증오 뒤엔 상실한 아버지를 복원하려는 자신의 정신적 고뇌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한 여성의 애증이 절실하게 투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녀의 짧았던 문학적인 삶은 아버지에게 지녔던 여성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발달과 패배, 남편 휴즈에게로 전이시킨 여성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좌절과 해체, 그리고 원형적인 여성적 오이디푸스 세계로의 회귀의 삶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녀의 오이디푸스적 용망에 관한 이러한 집요한 글쓰기는 '오이디푸스적 반항(Oedipal revolt)으로서의 글쓰기'라는 말로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p.207-208.)
이 시에서 "화살"은 아버지의 사랑을 대담하게 갈구하는 엘렉트라의 모습이며, "이슬"도 결국 순결하고 순수한 상태로 아버지와 결합하려는 엘렉트라의 모습이다. 화자는 여성에게 금지된 사회적 관습의 틀, 즉 금지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집을 부수고 나와 "화살"이 되어, 적극적인 자세로 수동적인 아버지의 세계 즉 "아침의 가마솥"인 태양 속으로 질주한다. 이 태양의 세계는 바로 자신의 아버지가 살고 있는 세계, 즉 이상적인 가부장적 세계가 존재하는 곳이다. 여기에서 "화살"과 "이슬"이 되어 빨리 흡수되고 싶은 화자 자신의 오랜 소망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플라스는 자신의 편지에서 "어떠한 병원 요양도 제 안에 있는 병을 고칠 수 없어요"라고 했는데, 이 '자기 안의 병'은 바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해 간직하고 있던 여성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이다. 그러므로 죽음의 세계에 거주하는 플라스의 아버지만이 그녀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 사실 이 죽음은 플라스에게는 사랑하는 아버지를 되찾아 그와 결합하기 위한 매혹적인 최후의 방법이며, 이렇게 해서 플라스가 짧은 생애 동안 집착해왔던 여성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성취된다.(p.216.) -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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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2019-6월호 <이달의 리바이벌 _ 실비아 플러스> 에서
* 박국현/ 시인, 경북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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