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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파란』 2018년 가을호- 이미지(발췌)/ 의상(意象) : 박종우

검지 정숙자 2018. 11. 16. 01:18

 

 

계간 파란 2018년 가을      이미지

 

 

   의상意象

     - 동아시아 고전문학의 이미지론

 

    박종우

 

 

  '의상意象'은 '심상心象'과 함께 영어의 '이미지(image)'에 대응하는 개념어로 통용되고 있다. 예전에는 심상이 의상보다 널리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의상이 학계에서 주류를 이룬다. 이밖에 '표상表象'도 때에 따라 이미지의 번역어로 쓰이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이미지보다는 'symbol'이나 'representation'의 번역어로 주로 사용된다. 동아시아 문학론에서 의상이 하나의 술어로서 정착한 것은 대개 20세기 중반 이후로 보인다. 정확한 시기를 제시하기는 어려우나 중국 고전 시가詩歌 연구자들이 한시 작품 분석에 서구의 이미지 이론을 도입하면서부터 유행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의상 개념을 이미지의 단순한 대역어 차원을 넘어 독창적인 문학 이론으로 심화 내지 확장을 시도하는 논의가 활발하다.(p.65)

 

  의상意象의 정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사람들의 과거의 감각이나 지식으로 깨달은 경험이 마음속에서 재현되거나 기억되는 일종의 심령 현상이다. 이러한 의상의 개념은 이미지와 매우 흡사하다. 서구의 문학 이론에서 이미지는 '마음속에 언어로 그린 그림(mentalpicture)'으로 정의되는데, 육체적 지각 작용에 의해서 이룩된 감각적 형상이 마음속에 재생되는 것으로 보는 점이 그러하다. 또 하나는 그러한 심령 현상이 기호 작용을 거쳐서 언어예술이 되는 활동이다. 이미지의 경우 감각 경험의 복사 또는 모사模寫가 언어로 이루어지고, 감각 체험을 그대로 서술하거나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감각적 또는 지적 표상으로 간접화시키는 것이라는 점이 이와 유사하다.(p.69)

 

  원래 의상意象의 용례를 보면 앞서 말한 문학 이론의 의상 개념과는 다른 경우가 더 많았다. 예컨대 '성현의상聖賢意象'이라고 하면 '성현의 의미意味와 기상氣象'으로, '시인의상도시詩人意象到時'라는 표현에서는 '시인에게 시상詩象이 떠오르는 때'로 해석된다.현대 중국어의 용례에서도 이미지 외에 '감정 세계 또는 양상', '경지나 경계'로 정의하기도 한다. 따라서 문학 이론의 용어 이외의 경우 의상意象은 해석의 선택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 중국 학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의상의 유형 연구도 매우 복잡다기하다. 하나의 사례를 들면 언어 분석, 심리학, 작품 내용, 제재, 표현 기능 등으로 나누고 다시 그 하부에 다수의 세부 유형을 구분한 경우를 들 수 있다. 이쯤 되면 소재에서부터 비유나 상징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시 창작의 거의 전 요소에 의상을 연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예도 아직 완전히 합의된 분류가 아니며 연구자마다 다소 상이하다는 점에서 재론의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p.70~71)

 

  의상은 서구의 문학 이론 개념인 이미지의 대역어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동아시아 고전 비평 용어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사고로부터 비롯한 언어 표현의 한계를 넘어서는 형상 표현의 가치를 강조한 점에서 새로운 작품 해석의 틀로써 주목된다. 하지만 아직은 미완의 문학론으로 논란 중에 있기도 하다. 특히, 한문 고전의 음악적 특징인 성률聲律 부분과 함께 다루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p.7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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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우/『한국문학의 형상과 전형』을 썼고,『반곡 정경달 시문집 (1 · 2)』등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