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디붉은 장미
로버트 번스(Robert Burns: 1759-1796, 37세)
오, 내 사랑은 유월에 갓 피어나는,
붉디붉은 장미와 같아라;
오, 내 사랑은 율조에 맞춰 연주되는
감미로운 노래와 같아라.
그대 너무 아름다워 내 어여쁜 아가씨여,
난 사랑에 깊이 빠졌어요;
그래서 난 당신을 여전히 사랑할 거예요,
모든 바다가 마를 때까지.
바다가 다 마를 때까지, 내 사랑이여,
그 바위들이 태양을 녹일 때까지;
그래서 난 당신을 여전히 사랑할 거예요,
한 줌의 모래시계가 남아있을 때까지.
안녕, 내 하나뿐인 사랑이여!
안녕, 잠시 동안만이라도!
반드시 돌아오리라, 내 사랑이여!
가야할 길이 사천리 길이라도!
-전문-
▶ 로버트 번스의 고향 마을인 앨러웨이를 찾아가다(발췌)_ 송희복 스코틀랜드의 낭만주의 시인이면서도 시대를 넘어서 국민적인 문명을 떨친 로버트 번스(Robert Burns: 1759-1796)는 시골뜨기로서 농민 시인에 지나지 않았다. 부유하거나 뼈대 있는 집안의 출신도 아니고, 제도적으로 좋은 정규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도회지인 에든버러에 올라와서 상류사회 사람들과 사교를 할 만큼 천부적인 화술의 소유자였다. 혼외 자녀가 아홉 명이나 될 만큼 여자관계는 좀 너저분했다. 죽을 때까지 여성 편력을 버리지 못해 마침내 생의 막바지엔 간병인과도 바람이 났다. (이때 쓴 시가 도리어 후세에 명시-명곡이 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마흔이 되기도 전에 건강이 악화될 만큼 통음하는 음주벽이 매우 심한 편이었다. 사생활의 면에서 볼 때, 로버트 번스는 딱히 매력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왜 그를 스코틀랜드의 국민 시인으로 대접하고 있는가?/ 주지하듯이,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이라는 제목의 세계적인 노래가 있다. 스코틀랜드 고(古)방언인 이 제목을 현대의 표준 영어로 바꾸면 <올드 롱 신스Old Long Sines>가 된다. 로버트 번스가 1788년 어느 날, 시골의 한 노인이 부르던 민요의 노랫말을 채록하여 시의 형식으로 개사한 것이다. 또 이것을 윌리엄 쉴드라는 작곡가가 노래로 만들어 세계적인 명곡이 되었다. 노래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옛 친구를 잊어야 하나? 잊지 않고선 안 되는 건가? 옛 친구를 잊어야 하나? 오래된 옛날부터 사귀어 온 친구를! (후렴) 그리운 옛날을 위해, 나의 벗이여. 그리운 옛날을 위해. 우리는 정겨운 석별의 잔을 들리라. 그리운 옛날을 위해.' 일제강점기 우리 애국가를 담았던 곡(曲)이요, 오래된 외국 영화 <애수>의 주제곡이기도 한 이 노래는 영미권 국가의 송년 축가로 불린다. 더욱이 스코틀랜드에선 로버트 번스의 생일인 12월 25일을 '번스의 밤'으로 특정해 노래를 부르면서 국경일로 대접한다./ 로버트 번스의 시 가운데 주옥같은 명편들이 적지 않다. 이 중에서 내게 단 하나의 시를 선택하라면, 나는 「붉디붉은 장미A Red, Red Rose」를 엄지로 척 꼽는데 결코 서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영역英譯과 무관한 사람이지만, 내 식대로 만든 역본譯本을 제시해 보겠(았)다. ------------- *『문파 MUNPA』 2018-봄호 <비평적 기행문|영문학사의 현재성을 위한 탐방기(2)>에서 * 송희복/ 1990년 《조선일보》신춘문예로 문학평론 부문 당선, 저서 평론집『호모 심비우스의 노래』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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