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에 대하여
박찬일
어느 행성의 암석에 박힌 말, 기쁨만 갖고 하루종일 어떻게 사나? 슬픔만 갖고는 살 수 있어도 기쁨만으로는 살 수 없어
기쁨 다음에 찰나랄 것도 없이 비애가 덮치기에 기쁨이 총회를 개최하지 않는 걸까
기쁨의 총회에 초대받지 못한다, 초대받더라도 갔을까.
아 기쁨의 홍회가 없어진 지 오래 너는 왜 그러나
기쁨을 축하하지 않은 것은 오만이다. 눈발을 걷는 저 사내의 힘찬 팔에 휘둘리지 않으면 기만이다
기쁨의 총회는 열리지 않는다. 눈발을 힘차게 걷는 저 사내도 곧 보이지 않는다 기쁨은 없다. 혹시 지나가버렸는지 모른다.
한 번만 한 번만 기쁨이 오면 다시는 놓지 않으리라. 수없이 결정 결정했어도 너는 기쁨을 차버리고 비애로 갔네. 비애가 너의 집이다.
기분이 전부일지 모르고 하나일지 모르는 어느 행성의 어느 일지日誌에 적힌 말: 나는 기쁨을 마다하고 슬픔으로 갔다. 하루종일 슬프다.
-전문( p. 18-19)
시인의 말> 전문: 적의 편에서 적을 위해 싸운다. 이루고 싶지 않은 게 이루어지는 거다. 이루어지지 않는 게 이루어지는 거다.
2024.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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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기쁨의 총회』에서/ 2024. 9. 25. <예술가> 펴냄
* 박찬일/ 1993년 『현대시사상』으로 등단, 시집 『화장실에서 욕하는 자들』『나비를 보는 고통』『나는 푸른 트럭을 탔다』『모자나무』『하느님과 함께 고릴라와 함께 삼손과 데릴라와 함께 나타샤와 함께』『인류』『북극점 수정본』『중앙SUNDAY-서울』『아버지 형이상학』 . 시론집 및 연구서『시를 말하다』『멜랑콜리커들』『시간 있는 아침』『정당화의 철학. 니체. '비극의 탄생'』『시대정신과 인문비평』『독일 대도시시 연구』『브레이트 시의 이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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