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양남 주상절리/ 박분필

검지 정숙자 2022. 7. 24. 01:51

 

    양남 주상절리

 

    박분필

 

 

  단행본들을 부챗살로 펼쳐놓은 바다 속 장서관

 

  파도는 낡아가는 책을 보수하는 유능한 사서다

 

  표면의 광택을 파고 든 인간의 기억, 희망, 사랑을

 

  담았다 쏟아내고 쏟았다 담아내기를 수십 만년

 

  몇 초가 영원처럼 흐르는 저 떨림, 저 무늬들,

 

  회색과 초록색이 뒤섞인 파도의 갈피 속에 미처

   

  해석되지도 기록되지도 못한 역사까지 껴안은 채

 

  몰의 필체와 물의 언어만을 고집해 온 고서들

 

  신비로운 힘에 이끌려 뭉치고 엉키는 시간과 공간

 

  잿빛갈매기들 조용히 날아내려 고서를 뒤적인다

     -전문(p.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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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유 제2집 『날마다 피어나는 나팔꽃 아침』에서/ 2022. 5. 9. <지혜> 펴냄

   * 박분필/ 1996년『시와시학』으로 문단 활동 시작, 시집『바다의 골목』『산고양이를 보다』『창포잎에 바람이 흔들릴 때』, 동화집『홍수외 땟쥐』『하얀 날개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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