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짓밥
마경덕
하나님은
저 소금쟁이 한 마리를 물 위에 띄우려고
다리에 촘촘히 털을 붙이고 기름칠을 하고
수면에 표면장력을 만들고
소금쟁이를 먹이려고
죽은 곤충을 연못에 던져주고
물 위에서 넘어지지 말라고 쩍 벌어진 다리를
네 개나 달아주셨다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
연못이 마르면
다른 데 가서 살라고 날개까지 주셨다
우리 엄마도
서울 가서 밥 굶지 말고, 힘들면 편지하라고
취직이 안 되면
남의 집에서 눈칫밥 먹지 말고
그냥 집으로 내려오라고
기차표 한 장 살 돈을 내 손에 꼭 쥐여주셨다
그 한마디에
객짓밥에 넘어져도 나는 벌떡 일어섰다
-전문(p. 300-301)
* 에스프리; 나의 시_마경덕>에서 한 구절/ "지금도 탈출을 기다리는 문장이 내 몸 어딘가에 갇혀 있을 것이다" (p. 308)
------------------------
* 특별기획/ 문학과 사람이 선정한 한국 유수의 시인들, 詩와 에스프리
『내 생의 詩』 2022. 6. 10. 초판 1쇄 <문학과 사람> 발행
* 마경덕/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신발론』『글러브 중독자』『사물의 입』『그녀의 외로움은 B형』『악어의 입속으로들어가는 밤』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