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객짓밥/ 마경덕

검지 정숙자 2022. 7. 19. 01:13

 

    객짓밥

 

    마경덕

 

 

  하나님은

  저 소금쟁이 한 마리를 물 위에 띄우려고

  다리에 촘촘히 털을 붙이고 기름칠을 하고

  수면에 표면장력을 만들고

 

  소금쟁이를 먹이려고

  죽은 곤충을 연못에 던져주고

  물 위에서 넘어지지 말라고 쩍 벌어진 다리를 

  네 개나 달아주셨다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

  연못이 마르면

  다른 데 가서 살라고 날개까지 주셨다

 

  우리 엄마도

  서울 가서 밥 굶지 말고, 힘들면 편지하라고

  취직이 안 되면

  남의 집에서 눈칫밥 먹지 말고

  그냥 집으로 내려오라고

  기차표 한 장 살 돈을 내 손에 꼭 쥐여주셨다

 

  그 한마디에

  객짓밥에 넘어져도 나는 벌떡 일어섰다

      -전문(p. 300-301)

   

   * 에스프리; 나의 시_마경덕>에서 한 구절/ "지금도 탈출을 기다리는 문장이 내 몸 어딘가에 갇혀 있을 것이다" (p.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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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획/ 문학과 사람이 선정한 한국 유수의 시인들, 詩와 에스프리

      『내   2022. 6. 10. 초판 1쇄 <문학과 사람> 발행

   * 마경덕/ 2003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신발론』『글러브 중독자』『사물의 입』『그녀의 외로움은 B형』『악어의 입속으로들어가는 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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