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이초우
검은 구름 알을 슬면 그 알들
지상으로 내려온다
내려오던 영롱한 알
어린 아이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잠시 언덕 같은 공중에 머물며
부식돼 가는 상현달 바라보고 경배를 한다
두둥실 떠 있는 찬란한 황금달
무쇠 같은 두꺼운 달의 껍질이
푸석푸석 검붉게 마모돼 간다
어머니로부터 몸의 연을 끊은 탯줄 자국
보일 듯 말 듯
그 마른 자국 머리에 이고
달에게 받은 그림자로 제 몸 만들어
아래로아래로 하강하는 어린 물방울들
-전문(p. 309)
* 에스프리; 나의 시_이초우>에서 한 구절/ "지금의 내 시는 나름의 텍스트를 만들어 놓은 느낌이다" (p.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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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획/ 문학과 사람이 선정한 한국 유수의 시인들, 詩와 에스프리
『내 생의 詩』 2022. 6. 10. 초판 1쇄 <문학과 사람> 발행
* 이초우/ 2004년『현대시』로 등단, 시집『1818년 9월의 헤겔선생』『웜홀 여행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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