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대상화'와 '대상화하지 않기' (부분) 이병철/ 시인 · 문학평론가 지난해 출간된 시집들 중 가장 의미있는 작업으로 이산하의 『악의 평범성』(창비)을 꼽고 싶다. 주지하다시피 '악의 평범성'은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기록한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아이히만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장교로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한 홀로코스트의 실무 책임자였다. 패전 후 아르헨티나로 도망쳐 정체를 감춘 채 리카르도 클레멘테라는 이름의 자동차 수리공으로 살다가 10년 만에 이스라엘 비밀경찰 모사드에게 붙잡혀 예루살렘 법정에 세워졌다. 아이히만 아닌 클레멘테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누구에게나 성실하고 선한 이웃이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악마의 얼굴"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