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모성의 안쪽/ 조윤주

검지 정숙자 2024. 3. 7. 00:17

 

    모성의 안쪽

 

     조윤주

 

 

  두려워 마라!

  코브라가 알을 품고 있는 어미 닭을 공격할 때

  어미는

  날개를 한껏 부풀려 그 목을 쪼더라

 

  온전한 생은 주변 모든 것들의 눈을 깨우고

  생까지 덥혀야 가능한 것

  하여, 어미는 코브라의 눈을 피하지 않는다

 

  누가 보이지 않는 것이 시간이라고 했느냐

  질기고 질긴 모성애로 시간은 뼈가 되느니라

  너의 몸을 지탱하는 것은 거룩한 사랑이다

  날개를 들여다보아라!

  어미의 물리고 베인 상처 위에서 너의 맥박은 뛴다

 

  코브라가 약자의 둥지를 떠난 적 있더냐

  사방이 날름거리는 혀와 독이다

  그래도

  두려워 마라!

  두 날갯죽지를 열면 보송보송 솜털 가득한

  체온의 방이다

 

  이 지상에 사랑으로 도태되는 비행飛行도 있나니

  꼬끼오 꼬꼬꼬꼬

  돌고 돌고 돌아도 마당 한 바퀴의 생

 

  새털 같은 날들을 새털처럼 품고도

  결코 새가 될 수 없었던 솜뭉치 같은 생애

 

  뒤돌아보지 마라

  헛날개 펼쳐 몸을 부풀린

  매서운 눈물과 마주하리라

    -전문-

 

  해설> 한 문장: 코브라가 나타나 공격 태세를 취했다. 알을 품고 있던 어미 닭은 코브라를 똑바로 보며 날개를 한껏 부풀리고선 코브라의 목을 쫀다. 그러나 어미 닭을 지탱하는 것은 거룩한 사랑일 뿐, 날개를 들여다보면 물리고 베인 상처투성이로 두근두근하는 맥박을 감추고 있다. 약자의 둥지를 떠난 적이 없는 코브라. 사방이 날름거리는 혀와 독. 그래도 어미는 굴하지 않는다. 돌고 돌아도 마당 한 바퀴일 뿐이지만, 어미 닭은 알을 지켜내려는 의지를 죽어도 내려놓지 않는다. 결단코 새가 될 수 없었던 솜뭉치 몸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것이 어찌 어미 닭에 국한한 일이랴. 그렇다. 시인은 여기서도 만년을 사색해도 모를 '모성애'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어미의 눈물을 말하고 있다. 어미의 눈물은 울다 울다가 껍데기만 남았고, 그래서 눈물껍데기는 거룩한 깃발로 추앙받아야 마땅하다고, 시인은 이 시집에다 그렇게 링크를 걸어놓았다. (p. 시 70-71/ 론 137) <주영숙/ 시인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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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시조집 『눈물껍데기』에서/ 2024. 1. 29. <상상인> 펴냄 

  * 조윤주/ 1998년 한국예총 『예술세계』로 등단, 시집『나에게 시가 되어 오는 사람이 있다』, <한국문인협회> <중앙대문인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