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열차
강인한
부드러운 슬픔을 친구의 어깨처럼 기대고
그대는 나직나직이 울고 싶은 게지.
퀸 엘리자베스
장미의 이름으로 피어있는 오늘.
겹겹이 여민 분홍 베일 사이로
향기는 흐른다. 오랜 옛날을
바로 어제처럼 기억하며
내가 타지 않은 열차를 떠나보낸다.
잠들지 못하는 그대에게
보내고 또 하염없이 열차를 떠나보낸다.
작은 장미 정원에서
밤마다 피고 지는 꿈
한 닢 두 닢 헤아리는 그대에게
오월에 떠나보내는 장미열차.
-전문-
대담> 한마디: 박성현_선생님께서는 이가림 시인과 아주 오랜 인연을 맞고 계십니다(※ 2016. 3. 18. 서울의 인사동에서 만나 두 시인의 대담 기록). 이가림 시인이 1966년 ⟪조선일보⟫로 등단하셨으니, 두 분의 인연은 각별할 것 같습니다. 자료를 수집하다 두 분이 같이 찍은 사진을 봤는데요. 1970년 2월 13일 날짜가 선명히 찍혀 있습니다. 날짜에 특별한 의미가 있으신가요? 1982년에 간행된 시집 『전라도 시인』 중에는 '가림에게'라는 부제의 시 「이빨」도 있습니다.
강인한 우린 전주고등학교 동기동창입니다. 2학년 때 전북대신문사에서 모집한 고교생 현상문예에 「철로 부근」이란 시를 쓴 이계진(필명 가림)이 2등, 「산골 이야기」의 강동길(필명 인한)은 가작 입선. 그때 나는 문예반이었지만 친구는 미술반이었대요. 그 후 성균관대학과 전북대학으로 진학한 이후 우린 문학하는 친구로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그리고 그 시 「이빨」에 '가림에게'라는 부제는 친구가 원해서 붙여준 것입니다. 사진은 친구가 정읍에 내려왔을 때같이 찍은 것이고요. 우린 그때 '신춘시'의 동인이기도 했지만, 사실 정읍은 친구의 외갓집이 있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p. 시 14/ 대담 100-101) <박성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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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장미열차』에서/ 2024. 3. 5. <포지션> 펴냄
* 강인한(본명, 동길)/ 1944년 전북 정읍 출생,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대운동회의 만세 소리」 당선, 시집『이상기후』『불꽃』『전라도 시인』『우리나라 날씨』『칼레의 시민들』『황홀한 물살』『푸른 심연』『입술』『강변북로』『튤립이 보내온 것들』『두 개의 인상』, 시선집 『어린 신에게』『신들의 놀이터』『당신의 연애는 몇 시인가요』, 시 비평집『시를 찾는 그대에게』『백록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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