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발論 마경덕 2002년 8월 10일 묵은 신발을 한 무더기 내다 버렸다 일기를 쓰다 문득, 내가 신발을 버린 것이 아니라 신발이 나를 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와 병원으로 은행과 시장으로, 화장실로, 신발은 맘먹은 대로 나를 끌고 다녔다 어디 한 번이라도 막막한 세상을 맨발로 건넌 적이 있었던가 어쩌면 나를 싣고 파도를 넘어 온 한 척의 배 과적過積으로 선체가 기울어버린, 선주船主인 나는 짐이었으므로, 일기장에 다시 쓴다 짐을 부려놓고 먼 바다로 배들이 떠나갔다 -전문(p. 201) ▶ 찰나적 동선과 버려지는 물상에서 찾은 객관적 상관물_마경덕 시인의 시를 읽으며(발췌)_ 김유조/ 소설가 마경덕 시인은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신발論」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20년도 더 전에 나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