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김충래
창공에 큰 고래 한 마리 날고
뱃고동 축포처럼 울리면
오색 갈매기 일제히 공중부양 환호성이다
청어, 고등어, 꽁치 떼 지어 파도타기 하며
썰물처럼 빠지면 아직은 준치랴 우기며 휩쓸린다
줄지어, 무리 지어 순행과 역행을 즐기다
홀로 파도와 맞선다
가끔 물 위로 솟구쳐 거칠게 찬물 내뿜는다
향고래 먹은 청어 웃으며 들어오고
만세 부르며 고등어 골인하고
상어한테 지느러미 공격당한 꽁치
절룩거리며 결승선 통과한다
밀물이 되어 밀려온다
썩지 않는 준치 되려 나아간 그
세월에 꼬리지느러미가 잡힌 채
휘청거리며 들어온다
살아있다는 것은 가끔 자기 몸을
꼬리로 한번 세워보는 것이다
그래도 준치는 눈동자에
고래 한 마리 키우며
먼 곳 바라본다
-전문(p.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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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3집 『시, 바다와 썸 타다』 <신작시> 에서/ 2023. 12. 26. <미네르바> 펴냄
* 김충래/ 2002년 『미네르바』로 등단, 미네르바문학회 & 군산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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