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마라톤/ 김충래

검지 정숙자 2024. 4. 21. 17:05

 

    마라톤

 

    김충래

 

 

  창공에 큰 고래 한 마리 날고

  뱃고동 축포처럼 울리면

  오색 갈매기 일제히 공중부양 환호성이다

 

  청어, 고등어, 꽁치 떼 지어 파도타기 하며

  썰물처럼 빠지면 아직은 준치랴 우기며 휩쓸린다

  줄지어, 무리 지어 순행과 역행을 즐기다

  홀로 파도와 맞선다

  가끔 물 위로 솟구쳐 거칠게 찬물 내뿜는다

 

  향고래 먹은 청어 웃으며 들어오고

  만세 부르며 고등어 골인하고

  상어한테 지느러미 공격당한 꽁치

  절룩거리며 결승선 통과한다

  밀물이 되어 밀려온다

 

  썩지 않는 준치 되려 나아간 그

  세월에 꼬리지느러미가 잡힌 채

  휘청거리며 들어온다

  살아있다는 것은 가끔 자기 몸을

  꼬리로 한번 세워보는 것이다

  

  그래도 준치는 눈동자에

  고래 한 마리 키우며

  먼 곳 바라본다

     -전문(p.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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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3집 『시, 바다와 썸 타다』 <신작시> 에서/ 2023. 12. 26. <미네르바> 펴냄  

* 김충래/ 2002년 『미네르바』로 등단,  미네르바문학회 & 군산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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