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깊다
- 소룡골 시편
지연
*
-니 에미는 땡볕에 대수리 잡으로 가서 그냥 칵 뒈져버렸는갑다
입맛 잃은 아버지를 위해 어머니는 물속을 헤매고
*
양재기에 염색약을 푼 어머니
몇 가닥 없는 아버지 머리카락을 칫솔로 곱게 빗어 내린다
앉은뱅이 의자에 아버지가 새침하다
*
빵빠레 아이스크림을 두 개 사다 주며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임자 그만 일혀
*
아버지 돌아가시고 평생 함께하던 스탱 밥그릇이 없어졌다고 어머니는 어깨를 들썩였다
*
경로당에 쓰르라미로 달려가는 어머니
-전문(p. 196)
-------------
* 『미래시학』 2024-봄(48)호 <미래시학 시단>에서
* 지연/ 2013년『시산맥』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등단, 2016년 《무등일보》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시집『건너와 빈칸으로』『내일은 어떻게 생겼을까』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격리의 격리/ 김정수 (0) | 2024.04.24 |
---|---|
김유조_찰나적 동선과 버려지는 물상에서···(발췌)/ 신발論 : 마경덕 (1) | 2024.04.22 |
일반 병동의 저녁/ 정지윤 (0) | 2024.04.22 |
브룩샤 아사나/ 정선희 (0) | 2024.04.22 |
등운곡(藤雲谷)/ 이명숙 (0) | 2024.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