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재운無言齋韻
지촌 김방걸(芝村 金邦杰 1623-1695, 72세)
一臥蒼江歲月深(일와창강세월심)
강촌에 돌아온 지 몇 해이러뇨
幽居不受點塵侵(유거불수점진침)
숨어 사니 한 점 티끌 묻어오지 않네
已知漁釣還多事(이지어조환다사)
고기잡이 낚시질도 번거로웁고
更覺琴碁亦攪心(갱각금기역교심)
거문고며 바둑두기도 심란하구나
石榻任他風過掃(석탑임타풍과소)
앉아 쉬던 바윗돌은 바람이 쓸게 두고
梅壇輸與鳥來吟(매단수여조래음)
화단도 돌보잖아 새가 와서 우짖네
如今全省經營力(여금전생경영력)
이제금 해 오던 일 모두 접고서
終日無言對碧岑(종일무언대벽잠)
종일토록 말없이 푸른 산 보네
- 전문, 김원길 譯
▶ 내 아직 적막에 길들지 못해(발췌)_ 김원길/ 시인
나의 13대 조 지촌芝村 김방걸金邦杰 선생의 시, 무언재운無言齋韻이다.
한마디로 '절학무위絶學無爲'의 경지라 할까. 좌망의 경지라 할까?
지촌이 벼슬살이 중간에 지례 본제에 귀향하여 9년을 일 없이 보낼 때 문득 읊은 심경이다. 삼백 년 후인 지금도 그때 그가 말없이 바라보던 앞산은 그냥 거기 묵묵히 있어서 고인이 보던 산을 후손이 또 보며 '무언재운'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p.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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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시학』 2024-봄(48)호 <시와 이야기가 있는 수필>에서
* 김원길/ 1971년『월간문학』으로 시 부문 등단, 안동대학교 교수 역임, 현) 경북문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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