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샤 아사나
정선희
그건 무의식 중에 새어 나오는 소리였다
옆에서 나는 소리인데
왜 내 가슴에 금이 가는 걸까
아야, 아야 소리를 내면서 견딜 수 있는 아픔이 있다
몸을 통해 마음의 통증이 빠져나오는 수가 있다
브룩샤 아사나
그녀가 한쪽 다리로 서서
두 손을 모아 머리 위로 쭉 폈을 때
촛불이 휘청,
나는 눈을 부릅뜬 채
거울 모서리에 있는 한 점을 노려보았다
생각이 끼어들면 점이 보이지 않아
점은 사라졌다가 두 개 세 개가 되었다
거울이 수면처럼 일그러지는 그때
발등에 떨어지는 촛농을 보았다
앗, 뜨거!
그녀 대신 내가 넘어졌다
-전문(p. 180)
-------------
* 『미래시학』 2024-봄(48)호 <미래시학 시단>에서
* 정선희/ 2012년 『문학과의식』 시 부문 등단 & 2013년⟪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푸른 빛이 걸어왔다』『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가 많았다』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이 깊다/ 지연 (0) | 2024.04.22 |
---|---|
일반 병동의 저녁/ 정지윤 (0) | 2024.04.22 |
등운곡(藤雲谷)/ 이명숙 (0) | 2024.04.21 |
직박구리/ 박옥수 (0) | 2024.04.21 |
서른아홉 살의 강물/ 전순영 (0) | 2024.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