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을 소비할 것/ 정숙자 노력을 소비할 것 정숙자 길의 오른쪽은 홀수이거나 짝수다 길의 왼쪽 또한 홀수이거나 짝수다 페이지가 매겨진 건 아니지만 간기(刊記)가 묶인 건 아니지만 두 쪽으로 펼쳐져 역사를 운반하는 길 은 지금 내 오른쪽엔 가도-가도 신간(新刊)이다 개천이 꾸물대고 고가도로 희롱하는 뭉게.. 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2011.12.11
정숙자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그늘을 지우는 꽃, 꽃을 피우는 죽음 : 금은돌 그늘을 지우는 꽃 꽃을 피우는 죽음 -정숙자의 시세계 금은돌(문학평론가) 1. 죽음으로 진입하라 두렵다. 정숙자의 시를 말하기가. 매혹적이다. 그녀의 시가 펼쳐 보이는 죽음의 경계가. 그녀는 죽음 속에 언뜻언뜻 삶을 비추어 보이고, 삶의 진국이 우러나올 때, 정숙자는 죽음으로 확연.. 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2011.11.14
꽃 속의 너트/ 정숙자 꽃 속의 너트 정숙자 꽃 속에 너트가 있다(면 혹자는 못 믿을지도 몰라. 하지만 꽃 속엔 분명 너트가 있지. 그것도 아주아주 섬세하고 뜨겁고 총명한 너트가 말이야.) 난 평생토록 꽃 속의 너트를 봐왔어(라고 말하면 혹자는 내 뇌를 의심하겠지. 하지만 나는 정신이상자가 아니고 꽃 속 엔.. 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2011.11.13
비대칭 반가사유상/ 정숙자 비대칭 반가사유상 정숙자 한 칸 때문에 엎드릴 것이다 깎고 팔 것이다 바람을 키울 것이다 한 칸 때문에 뒤척일 것이며 물렁뼈 깊어질 것이다 휙휙 휙 머리 날아갈 것이다 맑은 강 바라기도 할 것이다 (그 한 칸이야 기둥이었다가 대들보였다가 서까래였다가 툇마루였 다가… 에라 그게 .. 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2011.11.13
절망 추월하기/ 정숙자 절망 추월하기 정숙자 죽은 나무는 비로소 견고하다 죽은 나무는 죽었다는 사실이 어둡지 않다 다시는 죽을 뻔-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점에서 여유 를 만난다 주검에게 주어진 최대 가치와 최소공배수란 바로 이 런 것일까 영원히 죽었다,는 자각 다시 죽지 않아도 됨이야말로 다시 살아.. 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2011.11.13
판단력 펌핑(pumping)_칸트 프리즈/ 정숙자 판단력 펌핑pumping -칸트 프리즈 정숙자 진화 앞에서 일생이란 턱없이 짧다 잿빛 하나를 어쩌지 못한다 잿빛 하나가 명징하게! 유쾌하게! 치유되려면 내가 놓고 간 인생을 자식이 살고, 자식이 놓고 간 인생 을 또 그의 자식이 (치밀히) 살아내야 할 것이리라. 그리 하여 무수한 전생을 쌓아.. 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2011.09.26
칸트 프리즈/ 정숙자 칸트 프리즈 정숙자 ★이것은 칸트의 유언★칸트의 방을 만든다★칸트의 벽을 꾸민다★ 이 벽 방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때가 가장 행복한 때다 이유 없이 따 에 복 런 라 칸 의 행복은 차원이다 조건으로써가 아닌 빛 경 그 트 방 복 을 험 리 가 문 은 "좋다" 일 누 는 있 은 감 컫 구 그 다 그 각자의 순수이성에 따라 간혹 마주치 는 나 림 ★ 렇 있 ★ 좋 다 까닭 없이 솟아나는 경건-황홀-고마움-기쁨-그거지 좋 다 다 ★“좋다”★이것은 칸트의 유언★생사를 다 수용한 그 말★“좋다”★ -『시와사람』2011-가을호 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2011.09.04
늙/ 정숙자 늙 정숙자 빛의 이동에 따라 평행이 달라진다 수직으로, 수직으로=서쪽으로, 서쪽으로 미세하게 옮 겨 앉는 세포의 그늘이 사진(을 찍을 때마다) 속에 적나 라하다. 당혹스럽고도 낯선 굴절, 한참이나 계단을 내려 간 얼굴. 그 언짢은 초상의 측면은 늙음이 아닌 세월의 각 론이(었던 것).. 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2011.09.04
도덕형이상학의 추_칸트 프리즈/ 정숙자 도덕형이상학의 추 -칸트 프리즈 정숙자 바람에 젖는다 없는 거미줄에도 걸린다 이런 난항은 무엇을 점검하라는 지시일까? 눌려오는 가위를 꺾고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나는’ 헤아려본다 팔다리 멀쩡한 행복 뇌세포도 온전한 행복 가족들 암튼 따뜻한 행복 집 좁고 먹을 것이 남는.. 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2011.05.31
실천이성에 얹힌 파니*_칸트 프리즈/ 정숙자 실천이성에 얹힌 파니* -칸트 프리즈 정숙자 엉뚱한 데서 불평등이 보였다 숫자로 표기되는 시간들 정확히 60분을 산다. 그리고는 다음 시간에게 자리를 내 어준다. 그런데 유독 제 순번이 되는 순간 유령이 되어 버 리는 시간이 있다. 24시가 바로 그다. 24시는 허울뿐 1초 도 살지 못하고 0.. 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2011.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