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형이상학의 추
-칸트 프리즈
정숙자
바람에 젖는다
없는 거미줄에도 걸린다
이런 난항은 무엇을 점검하라는 지시일까?
눌려오는 가위를 꺾고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나는’
헤아려본다
팔다리 멀쩡한 행복
뇌세포도 온전한 행복
가족들 암튼 따뜻한 행복
집 좁고 먹을 것이 남는 행복
소쿠리가 제자리에 걸려 있는 행복
밤하늘 새파랗고 태양이 꼬박꼬박 돌아오는 행복
TV는 똘똘하고 냉장고도 정직, 수돗물 쾌히 열리는 행복
두꺼비집 안전한 행복과 친구들 냉철한 행복
책 밭에 글 짓는 행복
그 외에도 너무나 많은 행복, 행복, 행복들
을 화병에 담노라니 아직 빼내지 못한 비수, 낭떠러지
마저도
무한 비상의 활주로가 되어버리는 게 아닌가
-『리토피아』2011-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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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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