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푸른 시인이 선정한 시, 리뷰/ 서안나 : 백 톤의 질문 『시와경계』2015-봄호, 정푸른 시인이 선정한 <지난 계절의 시 리뷰>에서 백 톤의 질문 서안나 뒤돌아보면 가을이었다 소주가 달았다 내가 버린 구름들 생강나무 꽃처럼 눈이 매웠다 고백이란 나와 부딪히는 것 심장 근처에 불이 켜질 때 그렇게 인간의 저녁이 온다 불탄 씨앗 같은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02
동굴의 역사(歷史)/ 김효선 동굴의 역사(歷史) 김효선 꽃이 다녀갔다. 저 문장을 쓰면 동굴이 몸 안으로 들어온다. 시월의 모든 길은 당신에게로 뻗어 있다. 한 사람은 울고, 한 사람은 얼 룩이 되었다. 고등어의 눈은 붉고, 순록의 피는 희다. 붉은 것과 흰 것의 뒤편, 발을 뻗으면 웃음은 한 평도 되지 않았다. 아무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02
필경사 바틀비/ 금은돌 필경사 바틀비^ 금은돌 적(敵)을 한 마리를 키우고 있지. 적이 되는 순간, 그 놈들 은 몸에 들어와 살림을 차리지. 갈비뼈쯤인가 엉치뼈쯤인가, 먹이를 내어달라고 짖어대지. 세입자 주제에 붙박이 장롱과 오븐까지 교체해 달라하지. 그 놈이 들여놓은 아날로그 턴테이블 뚜껑엔 먼지가 내..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01
밀봉/ 윤의섭 밀봉 윤의섭 기다릴 일만 남았지 충분히 고통스러웠으므로 시간을 거스를 수 있게 되었거 든 마지막 그대로 영원해진 거지 기억하는 한 서서히 숨 막혀가겠지만 온기는 차단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우주에서 단 한 가지 위로여서 너는 유일한 체온을 갖고 있지 고통은 사라지지 않으면 선..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01
시인/ 최영철 *『유심』2015-8월호 <시에게 쓰는 시> 에서 시인 최영철(1956~ ) 여름이 채 가기도 전에 매미는 제 외로움을 온 천하에 외치고 다녔네 해 밝으면 금방 날아갈 슬픔 비는 너무 많은 눈물로 뿌리고 다녔네 아무 데나 짖어내는 저 개 사랑이 궁하기로서니 그렇게 마구 꼬리를 흔들 일은 아니..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01
광야/ 이육사 *『유심』2015-8월호 <8월 기획/ 해방 70년 감격을 노래하다> 에서 광야 이육사(1904~1944)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든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굉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01
칼집/ 마경덕 칼집 마경덕 저 집이 고요하다 노련한 주인은 바람의 목까지 벤 전적(前積)이 있다 팔을 휘두르던 무사(武士)는 끝내 집에 들지 못하고 칼만 제 집으로 돌아왔다 과업을 마치고 싸늘히 식은 침묵을 달아보니 사백 년이다 저 잠을 깨우면 잠복한 살의(殺意)가 튀어 나와 누군가의 목을 겨냥..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01
오후의 정물화/ 이화은 오후의 정물화 이화은 그에게 날개는 문학이었을까 다만 한 시대를 건너가는 꿈이나 이상의 기호였을까 찢어진 방충망 틈으로 미끄러진 낯선 베란다 그 돌발상황 속에서 새는 날개를 믿지 않았다 온몸을 돌멩이로 똘똘 뭉쳐 유리창에 마구 던졌다 던지고 또 던지고 한쪽 창문을 열어 주..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01
울음이 타는 가을강/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강 박재삼(1833~1997)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7.25
정화의 시(詩)/ 이원오 정화의 시(詩) 이원오 이 유전자는 피와 동반하여 왔다 몸에 배인 긴 피의 행렬은 몸에만 있지는 않다 갑골이라고 붙여진 짐승의 뼈에서 피의 암호를 찾아낸다 창을 들고 에워싸며 호랑이와 싸우는 것을 놀이(戱)라 하였으니 이 유전자의 근본은 야생이다 회자수가 살아있는 사람을 칼로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