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울음이 타는 가을강/ 박재삼

검지 정숙자 2015. 7. 25. 17:51

 

 

      울음이 타는 가을강

 

       박재삼(1833~1997)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것네

 

 

   *『시와표현』 2015 - 여름호 <한국 시단의 별들>에서

   *  박재삼/ 일본 출생, 195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 시집 『천년의 바람』『어린 것들 옆에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