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석-훔치고 싶은 시 세 편/ 미아에게 : 기혁 『시작』2015-봄호 <조강석/ 훔치고 싶은 시 세 편>에서 발췌 미아에게 기혁 여름내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잠든 개에게서 독신(獨身)이라는 말을 배웠다 하나의 원을 그리기 위해 필요한 건 편파적인 생애 매일 밤 수직의 고단함을 은폐하던 양초와 떨어진 후에야 벚나무의 내력을 각주..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24
권성훈- BEGINNING, 시여... 폭력이여... / 겨울강 : 박남철 『시작』2015-봄호 <BEGINNING/ 시여, 폭력이여, 반폭력에서 비폭력이여>에서 발췌 겨울강 박남철 겨울 강에 나가 허옇게 얼어붙은 강물 위에 돌 하나를 던져 본다 쩡 쩡 쩡 쩡 쩡 강물은 쩡, 쩡, 쩡, 돌을 튕기며, 쩡, 지가 무슨 바닥이나 된다는 듯이 쩡, 쩡, 쩡, 쩡, 쩡, 강물은, 쩡, 언젠가..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24
슬픔의 가능성/ 박시하 슬픔의 가능성 박시하 우리는 떠나면서 만났다 앞을 보면서 뒤를 보았다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린다면,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릴 때 눈이 온다면 슬픔은 가능할까? 누구도 슬픔에 대해서 친절히 일러주지 않는다 중앙선은 흔들림이 없고 나는 반으로 나뉘는 상징이 싫다 이를테면 신호등..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23
있다/ 이현호 있다 이현호 웅그리는 사람이 있다 두 팔로 무릎을 감싸 안은 채 조 금씩 제자리를 비우고 있다 허공에게 더 많은 옆을 내어 주고 있다 정오의 눈사람같이 강물에 모서리를 씻는 자갈처럼 웅크리는 사람이 있다 머리와 두 팔과 두 다리가 다섯 손가락처럼 얇아지며 이파리를 털어내고 말..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23
꽃 필 때 같이 잤다/ 박연준 꽃 필 때 같이 잤다 박연준 추락할 줄 알면서 날아가는 연(鳶)의 의지 봄은 난청이다 휘청대는 것은 잠이 아니다 잠을 나눠가진 연인들의 조약돌 욕실 바닥을 기어가는 하루살이는 더듬더듬 날개를 잊고, 날벌레는 죽을 때 되면 기어가나? 그 작은 등에 내 전부를 얹어볼까 가벼이, 다시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23
탯줄을 태우며/ 김경후 탯줄을 태우며 김경후 너의 기일에 너의 탯줄을 태운다 그믐밤 눈알 같은 자갈들이 있는 강가 관솔불 흐느끼는 소리 펄럭이는 불길 속 너의 탯줄은 덜 마른 비막처럼 강물처럼 꿈틀거리고 뒤틀린다 이끼와 태반이 타들어가는 냄새 이제 막 태어나려는 것 같이 타닥타닥거리는 너의 탯줄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23
월평-시, 신진숙/ 천국 2 : 안미옥 *『유심』2015-5월호 <월평-詩/ 느낌의 공통세계 : 신진숙> 천국 2 안미옥 울음이 이마를 밀어낸다. 공원은 차가워졌다. 납작한 배가 물속을 지나가듯 신발들이 지나간다. 고요 밑엔 더 큰 고요가 있다고 믿었다. 믿기 위해선 믿을 힘이 필요했다. 나는 뒤집힌 채로 앉아 있다. 평안이나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22
자라나는 벽/ 김도이 자라나는 벽 김도이 벽은 틈새를 키우고 있다 나는 대못으로 상처를 메우려 했지만 애인은 자꾸 벌어지며 슬픔만 박았다 습기 진 벽은 웅크린 못을 쿵쿵 뱉어냈고, 벽지는 부풀며 세상 밖으로 조금씩 자라났다 가끔씩 벽지를 결정하는 것은 기둥이 아니라 틈 이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22
개미/ 박남희 개미 박남희 풀잎 위에 개미 한 마리가 기어다닌다 가늘고 긴 발가락으로 잠시 꼬물거리다가 무엇엔가 골똘해 있다 나는 문득 풀잎이 되어본다 몸이 간질간질하다 개미가 내 몸에 발가락으로 써대는 글은 무얼까 개미는 자신이 걸어온 단단한 길을 버리고 풀잎 위에서 새로운 길을 연다 ..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22
평론_ 전해수/ 송찬호 :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시산맥』2015-가을호 ■ 기획특집|평론 : 광물적 이미지의 시화(詩化)와 그 의미/ 전해수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송찬호 장지의 사람들이 땅을 열고 그를 봉해 버린다 간단한 외과수술처럼 여기 그가 잠들다 가끔씩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그곳에 심겨진 비명을 읽고 간다 흙은.. 잡지에서 읽은 시 2015.08.22